미국 육·해·공 3군(軍)이 입대자 급감으로 병력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미 해병대만 올해 신병 모집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언론들은 “고임금 직장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군 입대를 기피해 미국의 모병제가 기로에 처한 상황에서 해병대의 성공은 놀라운 현상”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최근 해병대는 (오는 9월 종료되는) 2023회계연도의 신병 모집 목표 인원(3만3000명)을 초과 달성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해병대는 이 추세라면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다음 회계연도에도 목표 인원의 30%를 확보한 상태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육·해·공군은 계속 신병 모집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미 육군은 지난 회계연도에 신병 4만5000여 명을 모집했는데, 이는 목표치(6만명)의 75%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육군은 올해도 입대자가 5만명에 불과해 목표치(6만5000명)보다 1만5000명 모자랄 전망”이라며 “이는 한 개 사단이 증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해병대는 ‘대면(對面) 채용’을 중시하는 문화가 신병 유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최근 인구 조사에서 인구가 급증한 지역을 골라 모병소를 재배치했고, 신병 모집 담당 인원도 3배 가까이 늘렸다. 젊은 세대를 직접 만나 이들의 상황을 듣고 해병대 활동 및 처우 등을 자세히 설명해 입대 신청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해병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면 모집이 중단됐던 미 전역의 고등학교들을 집중 공략했다고 한다. 해병대 모집 담당자는 “정복을 입은 해병대 담당자들이 고등학교를 방문해 턱걸이 대회를 열어 턱걸이 20개를 하면 해병대 로고가 새겨진 무료 티셔츠를 나눠줬다”며 “학생들이 경쟁하듯 줄을 섰다”고 했다. 다른 군에 비해 더 높은 강도의 체력 기준과 훈련 프로그램을 가진 해병대의 ‘강점’을 턱걸이 경쟁 이벤트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군내 우수 자원들을 선발해 신병 모집 담당으로 배치하는 해병대의 문화도 한몫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대장 등 3~4성 해병대 장군들은 대부분 채용 담당 업무를 거쳤다”며 “그만큼 신병 모집을 중시한다”고 했다.
신병 부족에 허덕이는 해군은 낮은 학업 수준으로 군 입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입대 준비 캠프’를 열고 있다. 육군은 과체중으로 체력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을 상대로 운동을 시켜주는 ‘피트니스 코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해병대는 입대 시험 점수나 체력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가차없이 탈락시킨다. 폭스뉴스 등은 “해병대는 체력 통과 기준이 매우 높은 데다 다른 군을 압도하는 신체적·심리적 압박 훈련으로 명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해병대의 강인함 등이 (젊은 세대에겐)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미 싱크탱크 위더스푼 인스티튜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조국을 위해 복무한다는 시민 의식만으로 군에 입대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군은 ‘봉사 정신’만 강조하는 기존 홍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