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0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투표 인증을 지연시키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출석한 가운데,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선거 운동 도중에 각종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성인물 배우와의 관계에 대한 입막음 비용 지급과 관련한 뉴욕 지방검찰의 기소(4월), 정부 기밀문서를 유출하고 불법 보관한 행위에 대한 연방 특검의 기소(6월)에 이어 지난 1일 2020년 대선 불복 혐의로 다시 연방 특검에 기소됐다.

재판과 대선 경선 일정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진행되면서 뉴욕타임스는 3일 “트럼프의 2024년 선거운동본부는 (여러 재판과 관련해) 유권자들이 궁극적 배심원단이 되게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재판 결과는 법원이 결정할지라도, 권좌에 복귀할 수 있는지는 유권자들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트럼프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건의 형사·민사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선을 치르게 되기 때문에 결국 대선에 승리하느냐 여부가 트럼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는 3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오는 10일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도 출석해야 한다. 지난 6월 기소된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관련해 잭 스미스 연방특별검사가 증거 훼손 시도 혐의를 덧붙여 공소장 변경을 함에 따라, 새롭게 기수 인부 절차를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조지아주에서는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 중인 파니 윌리스 풀턴카운티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해야 할지에 관한 청문회가 열린다. 트럼프가 윌리스 검사가 자신에게 편파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열리는 청문회다.

오는 23일에는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당내에서 압도적 1위 후보인 자신이 왜 다른 후보들과 함께 토론을 해야 하냐며 토론회 참가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토론회 직전에 참가 결정을 발표해 극적 효과를 주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어 9월 27일에는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닷새 후인 10월 2일에는 뉴욕주의 레티샤 제임스 검사장이 트럼프와 트럼프 회사가 재무 자료를 조작해 채권자들을 속였다며 제기한 2500만 달러 규모의 민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내년 1월 15일 트럼프는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되는 공화당 첫 경선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날 뉴욕주 법원에서는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트럼프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관련 민사 재판이 시작된다. 캐럴은 1990년대 맨해튼의 백화점에서 트럼프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미투’를 했다가, 트럼프로부터 ‘사기꾼’이란 공격을 받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5월 뉴욕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트럼프의 성추행과 명예훼손이 모두 인정돼 총 500만 달러(약 65억원)의 거액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내년 2월 27일 트럼프는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공화당 경선에 참가할 예정이다. 내년 3월 5일은 10여개 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경선이 진행되는 ‘슈퍼 화요일’이다. 현재까지 앨라배마, 아칸소,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노스 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 유타, 버몬트, 버지니아주가 이날 대선 경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슈퍼 화요일 경선 20일 후인 3월 25일에는 뉴욕에서 뉴욕 맨해튼 지검이 주도한 형사 재판이 시작된다.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검장은 2016년 대선 당시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을 은폐하기 위해 입막음 돈을 건넨 뒤 회사 장부에는 이를 법률 자문료로 조작해 올린 혐의로 지난 4월 트럼프를 형사 기소했다. 내년 5월 14일에는 트럼프의 기밀유출 혐의에 대한 재판 전 청문회가 열리고, 5월 20일에는 공식 재판이 시작된다. 이후 재판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내년 7월 15~18일 공화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2024년 대선 후보를 확정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어 내년11월 5일 대선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