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 정가에서 새로운 대선 후보를 물색하는 ‘제3 후보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 대선의 주요 경합주에서 제3후보인 녹색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진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민주·진보 진영의 표가 분산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민주당은 ‘제3후보론’을 경계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4일(현지 시각) 미 에머슨대는 지난 1~2일 미시간주 유권자 1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투표 용지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만 이름을 올린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두 후보가 44% 지지를 받아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녹색당의 주요 대선 후보 코넬 웨스트가 투표 용지에 추가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흑인 사회운동가인 웨스트가 나머지 두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쳐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로 오차범위(±2.9%포인트) 이내에서 바이든 대통령(41%)을 앞섰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 대선에서도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민주당 표를 분산시켰었던 적이 있어 민주당은 ‘제 3 후보론’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격전지 3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는데,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가 그 격차보다 많은 표를 가져갔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 성향 정치 단체인 노레이블스(No Labels)가 제3의 후보를 선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단체는 내년 대선 때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각각 후보 1명씩을 낸다는 목표다. 맨친 의원과 호건 전 주지사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민주당에선 맨친 의원이 실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표를 분산시켜 결국 트럼프에게 유리한 결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폴리티코에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어떨지 상상할 수 있느냐. 모든 것이 복수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며 노레이블스의 움직임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