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일본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들은 북·중·러의 위협과 한·일 간 역사 분쟁 등으로 순탄치 않았던 3국 협력이 제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3국 협력이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프레임워크(기틀)가 될 것을 기대하는 한편, 3국의 정권이 교체돼도 협력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이 중국과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의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로렌 길버트 부국장은 18일 발표한 글에서 “한국에는 중국을 위협이나 공격자로 부르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불법적 해양 활동과 주장을 직접 거론했다”며 “중국이 경제적 공세나 해양 침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국과 일본이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미묘한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했다.
한·미·일이 이른바 ‘협의에 대한 공약’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인도·태평양의 안보 메커니즘을 바꿔 놓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18일 X(트위터)에 “세 동맹의 집단 안보에 대한 핵심 성명”이라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아니지만 그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집단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주는 역내 도전, 도발과 위협에 대한 조율을 대응하기 위해 협의한다’는 공약 내용에서 ‘역내 도전’은 중국, ‘도발’은 북한을 뜻한다고 봤다. 회원국 일방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와 유사하게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는 메커니즘이 3국 사이에 생겼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 강해진 (한·미·일) 동맹은 미국이 인도부터 호주와 동남아까지 짠 격자 모양 파트너십의 일부”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것이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적 지형을 바꿔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언론은 한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매슈 크로닉 애틀랜틱 카운슬 부회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같은 독재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규범에 기반한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 더 많이 협력하고 있고 미국은 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자유 세계 연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한·일 간 역사적 적대감이 이를 어렵게 만들어 왔는데 한국의 새 정부가 외교 정책과 대미 관계에서 새 접근법을 취하면서 역사적 기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 역사적 기회를 잡은 것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환영하고 있다”며 “이 (한·일의) 화해는 한국 당국자들이 더욱 급박해진 역내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적 갈등을 해결·축소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한·미·일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향후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카타 야스요 간다외국어대 교수는 “앞으로 이번 합의를 얼마나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와 이번 3명의 정상이 정권에서 떠난 뒤에도 이번 틀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야마구치 료 도쿄대 특임교수는 “3국 프레임워크의 성공은 일관성·신뢰성·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며 “어떻게 각국 대중에게 3국 협력이 상호 호혜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입증하는 데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3국 정상회의, 외교·국방·산업장관회의, 국가안보실장회의의 정례 개최를 통해 3국 협력을 공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층적 협의를 정례화해서 3국이 장래에 연계해 나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여당은 물론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환영 담화를 냈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이번 회담을 환영한다”며 “3국 간 고위급 회담 정례화와 핫라인 설치 등의 성과를 앞으로 제대로 활용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