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MLK) 목사의 ‘워싱턴 대행진’ 60주년이 되는 26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州) 잭슨빌에서 흑인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흑인 남성 2명과 흑인 여성 1명이 숨졌다. 총격범도 숨졌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총격에 대해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네바다주 타호 호숫가에서 일주일 간 휴가를 보낸 뒤 이날 저녁 백악관에 복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총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 사건은 이날 오후 1시 이후 전통적 흑인 대학인 에드워드 워터스 유니버시티 인근의 미국판 다이소 ‘달러 제너럴’ 스토어에서 일어났다. 20대 초반 백인 남성으로만 알려진 범인은 방탄조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AR-15 스타일의 소총 1정과 권총 1정을 갖고 가게에 들어가 총격을 시작했다.
잭슨빌 보안관인 T.K. 워터스는 이날 저녁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격은 인종적 동기로 일어났고, 용의자는 흑인을 혐오했다”고 밝혔다. 범행을 진압한 후 경찰이 공개한 사진 속 소총 자루에는 흰색 물감으로 나치를 상징하는 스와스티카(어금꺽쇠 십자표지)가 그려져 있었다.
이전에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은 적 있었던 총격범은 이날 오전 11시39분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잭슨빌 인근 클레이 카운티에 있는 자택을 나섰다.
오후 1시18분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컴퓨터를 확인해 보라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의 부친은 컴퓨터에서 인종혐오적 범행 동기가 들어간 범행 선언문을 여러 개 발견했다고 한다. 용의자의 부모는 오후 1시53분쯤 클레이 카운티 보안관실에 이를 신고했지만, 아들이 이미 잭슨빌에서 총격을 시작한 후였다.
잭슨빌 보안관실은 용의자가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단독범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수사가 진행된 후, 범행 선언문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