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각) 저녁 늦게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나흘 동안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러몬도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에 이어 지난 6월 이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다. 최근 미중 관계 최대 현안인 ‘수출 통제’ 권한을 가진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두고 미중 무역 전쟁의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베이징 도착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미국)가 보호해야 할 것은 보호하고 (중국과의 협력 측면에서) 가능한 것은 촉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 관리들에게 미국의 기술 통제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좁게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과 (적대적인) ‘디커플링(탈결속)’이 아닌 (안정적인) ‘디리스킹(탈위험)’을 추구한다”고 해왔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4일간의 중국 방문을 통해 긴장된 관계를 완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제한 및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반대는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방중 기간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 중국의 희귀광물 수출통제 등의 문제를 논의할 양국간 소통 채널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에 발표될 워킹그룹이 미중 무역 현안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중 간의 워킹그룹 계획은 중국이 미국 수출통제 정책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미 의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러몬도 장관은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를 방문해 현지 공산당 서기와 미국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만나고,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와 디즈니랜드를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잇따라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보내면서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도 이런 측면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러몬도 장관의 방중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논의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