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라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온 4일(현지 시각) 백악관은 바로 내용을 인정했다. 미 백악관은 앞서 지난달 말 푸틴과 김정은이 무기 거래와 관련해 친서를 교환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백악관은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정상 차원의 외교 대화를 포함해 이런 (무기 거래 관련) 논의들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러 간의 협의 내용은 물론 김정은의 심중을 파악할 만큼 근거가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간접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기밀 정보의 내용이나 진위를 확인하지 않는 정보 당국의 통상적인 원칙에 비춰볼 때 최근 미 정부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방해하기 위해 펼쳐온 ‘정보공개’ 전략의 일환이다. 미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2021년 하반기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국제사회에 알렸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에도 러시아군의 작전 계획 등을 거의 실시간 공개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러시아가 북한에서 수백 발의 미사일과 포탄을 구매했다는 첩보를 언론에 알린 이래 지난 한 해 동안 북·러 간에 진행된 논의 내용에 대한 첩보도 계속 공개해 왔다.
이처럼 첩보에 따른 정보를 대중에 폭로하면 러시아 등이 정보원을 색출하고 대응책을 세울 위험이 있다.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미 정부가 ‘공개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사전에 상대의 계획을 노출하고 견제함으로써 계획을 바꾸거나 중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NYT는 “미 당국자들은 이런 정보 공개가 북한을 억지해 실제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도달한 북한 무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며 경고했다. 중국 측은 아직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