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거물 정치인 밋 롬니(76) 유타주(州) 상원의원이 13일(현지 시각) 고령을 이유로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이유로 그는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81) 현 대통령에게도 동반 퇴진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친(親)민주당 매체 워싱턴포스트(WP) 소속 칼럼니스트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민주·공화 진영 양쪽에서 동시에 ‘고령 정치인’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와 바이든 간 양자 대결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이들의 나이가 향후 지지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 시각) 밋 롬니 미국 유타주(州) 상원의원이 내년 11월 대선과 함께 치르는 상원의원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롬니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의) 재선 임기가 끝날 때면 80대 중반에 접어든다”며 “이제는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를 위한 시간이며,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살아갈 세계의 모습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들”이라고 했다. 현 임기가 2025년 1월 끝나는 롬니 의원이 내년에 재선할 경우 6년의 임기를 더해 2031년 1월까지 재임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롬니의 (불출마) 선언은 바이든 대통령 등 건강 문제로 직책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 정치인들에 대한 나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제기됐다”고 했다. 롬니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 이후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트럼프) 두 사람 모두에게서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내년 대선에서) 둘의 리턴 매치(재대결)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정치 성향을 떠나 미 정치판에서 주요 대선 주자들의 ‘나이’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건 고령 정치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인지 능력 등과 관련한 실수를 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미치 매코널(81)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 회견 도중 약 30초간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됐다. 민주당 소속인 다이앤 파인스타인(90) 상원 의원도 건강 문제로 약 3개월간 의회의 주요 표결 등에 참석하지 못해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51) 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세대 교체’를 내세우면서 75세 이상 고령 정치인의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WP의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도 이날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2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 82세”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서지 않는 게 나라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AP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 69%를 포함한 77%가 ‘4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엔 바이든 대통령이 너무 늙었다’고 답한 결과를 언급했다. 롬니 의원도 이날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이그나티우스의 제안(바이든 불출마)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여론도 고령 정치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CBS방송과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성인 2335명을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7%가 선출직 공직자는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더는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의 76%와 공화당 지지자의 79%가 ‘선출직 공무원의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바이든·트럼프의 지지율은 가장 먼저 경선을 실시해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州)에서 나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 에머슨대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당원대회(코커스)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9%로 지난 5월(62%)과 비교해 13%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 코커스 유권자 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50%로 집계돼 지난 5월 69%에 비해 19%포인트 하락했다. 미 의회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낙폭이 더 큰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피로감이 고령 이미지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NYT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중도층 및 유색 인종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트럼프 모두 중도층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대선 분위기가 갈수록 바이든·트럼프 서로에 대한 공격 일색으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 공화당이 전날 바이든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트럼프가 탄핵 조사에 적극적인 의원들과 사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폴리티코가 이날 보도했다. 미 의회 현안으로 떠오른 바이든 탄핵 조사를 배후에서 트럼프가 사주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