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81) 대통령의 고령(高齡)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백악관이 “요즘 여든 살은 새로운 마흔 살(80 is the new 40)”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노화 극복과 장수 연구가 진전되고 80대에도 활기찬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말인데, 나이가 많은 정치인의 직무 능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백악관이 이를 인용해 쓴 것이다.

"마흔 같아 보입니까?" - 지난달 3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미 델라웨어주(州) 러호버스 해변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나이가 많아 직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더욱 강조하며 고령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여론조사를 보면 나이에 대한 걱정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0세가 재선 출마하기에 너무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어떻게 미국민을 설득할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이날 발표된 로이터와 여론조사 회사 입소스의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었다. 미국 성인 4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7%는 바이든의 고령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살짝 미소를 띤 채 “(요즘은) 여든 살이 새로운 마흔 살이다. 못 들어봤나”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2019년과 대선이 있던 2020년, 중간선거를 치른 2022년에도 같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매번 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이 대신에) 대통령이 세운 역사적 기록에 대해 계속 얘기할 것”이라며 “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공화당 후보로 내년 대선 출마를 계획 중인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은 백악관의 이 말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젊다고 하긴 어렵지만, 바이든보다는 네 살 어리다. 트럼프는 나이가 많은 정치인은 정신 능력 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찬성한다”면서 ”나는 이미 검사를 받았고 완벽하게 통과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은 고령이 아니라 무능력한 것이다. 그게 더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

“여든 살은 새로운 마흔 살”이란 잔피에어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로이터는 “바이든의 재선 출마에 대한 압박을 백악관이 재치 있는 말로 받아넘겼다”고 했다. 일종의 농담이라는 의미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백악관이 바이든을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문구(a new line)를 시험해 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을 보면 이 말은 꽤 오래전부터 쓰여 왔다. 10여 년 전 80대 명사들의 활동을 소개할 때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2014년 영화배우 소피아 로런(당시 80세), 제인 폰다(당시 77세), 카트린 드뇌브(당시 71세)가 칸 영화제에 함께 참석했다며 ‘여든 살이 새로운 마흔 살이 되나’란 제목을 붙였다. 세 배우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83세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민주당)이 지난 8일 내년 선거에서 20선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선 80대 정치인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그래픽=김의균

활동적인 고령층이 늘며 미국에선 최근 ‘아흔 살이 새로운 마흔 살’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지난 6월 온라인 매체 ‘오프라 데일리’는 ‘아흔 살이 새로운 마흔 살이 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좋았던 과거나 회상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요즘은 바에서, 골프장에서, 동료와의 화상회의에서 80대 이상인 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그러면서 뉴욕의 로펌 ‘코언 스타인 카푸르’의 공동 창업자이자 여전히 법원에 출석해 활동하는 해리엇 뉴먼 코언(90) 변호사, 냉전 시기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외교관으로 현재 로마에 살며 회고록을 쓰고 있는 프렉 브리랜드(95) 등을 소개했다. 여전히 투자 결정을 하고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를 만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93세다. 최신 기술을 배우고, 취미를 가지며, 젊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 등이 ‘마흔 같은 아흔 살’의 건강 비결이라고 한다.

지금의 80~90대가 전에 비하면 건강하긴 하지만, 젊은 사람도 녹록지 않은 정치인의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 도중 약 30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어 고령 정치인 논란을 다시 촉발했다. 뉴욕타임스는 “나이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바이든이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 넘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 애쓰고 있다”며 “최근 인도·베트남 방문 때 일정을 촘촘히 잡고 라이브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여전히 전 세계를 누비는 정치가’란 모습을 부각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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