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대통령.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아버지 대신) 제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합니다.”

20일(현지 시각) 오전 8시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 글은 삽시간에 리트윗(공유) 되면서 수백만 명에게 퍼졌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의 X 계정엔 비속어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또한 수십만 명이 봤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 글들은 모두 ‘허위’였다. 트럼프 주니어가 올린 것이 아니라 그의 계정을 탈취한 해커가 올린 ‘가짜 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BBC 등은 “트럼프 주니어가 계정 해킹을 확인하고 글을 삭제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혼란스러워했다”며 “트럼프 주니어의 X 팔로어가 1040만명이 넘어 (가짜 뉴스) 유포 속도가 더 빨랐다”고 전했다. 가짜 뉴스가 얼마나 단시간에 수많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20일(현지 시각) 올라온 글.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이다. (아버지 대신) 제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한다”는 글은 수백만명에게 퍼졌지만, 이 글은 트럼프 주니어 자신이 올린 것이 아니라 그의 계정을 해킹한 해커가 올린 ‘허위 글’이었다. /엑스 캡쳐

앞서 지난 3월 트럼프가 ‘성추행 입막음’ 등 혐의로 기소된 후 그가 경찰에 체포되는 허위 사진도 지지자들에게 급속도로 퍼졌었다. 트럼프가 저항하며 경찰에 끌려가는 이 사진이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지율이 뛰어오르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에는 미 국방부 청사 인근에 대형 폭발이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는 허위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금과 국채 가격이 오르는 등 혼란이 벌어졌었다. 백악관 건물이 불타고 있는 사진도 함께 유포됐는데 AI가 만든 가짜 콘텐츠였다. 미 하원의 한 보좌관은 “이렇게 허황된 허위 뉴스에도 미국 사회가 들썩이는데, 일부 내용을 교묘하게 왜곡한 가짜 뉴스는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뉴스사이트 분석 업체 ‘뉴스가드’에 따르면, AI 기술을 활용해 가짜 뉴스를 게재하는 뉴스 사이트가 지난 6월 말 기준 27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처럼 자동으로 문장을 만드는 생성형 AI를 활용, 실제가 아닌 허위 뉴스를 유포시켜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뉴스가드의 공동 설립자 고든 크로비츠는 언론 인터뷰에서 “허위 내용이지만 뉴스 형식을 따르고 있어 이를 접한 독자들은 사실처럼 믿게 된다”며 “이처럼 AI를 악용하는 가짜 뉴스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제대로 검증·규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5월 22일(현지 시각)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미국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 펜타곤 인근에서 폭발이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처럼 보이는 가짜 사진이 유포됐지만, 허위 사진인 것으로 판명됐다. /인터넷 캡쳐

이런 상황에 바이든 대선 캠프는 가짜 뉴스 유포의 온상지인 소셜미디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백 명 규모의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0 보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가 각종 소셜미디어로 확산해 선거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특히 AI 기술로 이미지·영상 등을 합성해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딥페이크(deepfake)’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각종 가짜 뉴스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내년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캠프의 가짜 뉴스 대응 조직은 백악관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커뮤니케이션 팀, 법률 지원팀, 디지털 신속 대응 팀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들은 가짜 뉴스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유포된 허위 정보에 대해선 지지자들에게 직접 ‘팩트 체크’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가짜 뉴스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짜 사진입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소리 지르는 '가짜 사진'. 영국의 탐사 매체 창립자 엘리엇 히긴스가 AI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이 사진을 비롯해 트럼프가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 사진들이 지난 3월 소셜미디어로 유포됐다. 당시 "트럼프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가짜 뉴스가 급속히 확산됐다. /엘리엇 히긴스 X(옛 트위터)

가짜 뉴스 대응 조직은 롭 플래허티 전 백악관 디지털전략국장이 이끌게 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플래허티는 재임 당시 코로나 백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게시물에 대한 검열 대책을 페이스북 등 빅테크에 요구한 인물이다. 또 이와 관련한 검열 목록 등도 직접 전달한 것이 최근 드러나 공화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미 하원 공화당은 플래허티를 청문회에 출석시켜 바이든 행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공화당은 (바이든의 가짜 뉴스 대응 조직이)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얼마나 압박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등 적성국에 의한 허위 정보 유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대선때 러시아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방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줬었다. 지난 2월에도 총기 사고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책 등을 비판하는 뉴스 영상들이 확산됐는데, 실제로는 친중 단체가 만든 가짜 매체의 ‘허위 선전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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