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소량(a small number)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 등 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21일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미 육군 전술미사일시스템(The Army Tactical Missile System)의 약자인 에이태큼스(ATACMS)는 최대 300㎞의 사거리를 지닌 로켓이다. 미국에선 주로 어택큼스(Attack-ems)로 불린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ATACMS를 이용해 러시아 영토를 직접 타격해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집요한 요청에도 지금까지 무기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2017년 7월 동해에서 실시한 한미 연합연습에서 미군이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러나 미 언론은 미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일단 앞으로 수주 내에 소량의 에이태큼스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더 많은 양의 에이태큼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에이태큼스 제공은, 현재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을 제공하는 물꼬를 틀 수도 있다. 독일은 독일과 스웨덴이 합작한 사거리 500㎞의 이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을 단독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꺼렸다. 타우러스는 현재 한국ㆍ스페인ㆍ독일 군에서 사용하고 있다.

WSJ과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에이태큼스 미사일은 단일 탄두가 아니라 소형 폭탄들이 결집된 집속탄두가 장착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태큼스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미국의 다연장 로켓인 하이마스(HIMARSㆍ高기동성 포병 로켓 시스템)의 트럭 장착 이동 발사대에서 발사될 수 있다.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공급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두터운 방어선 후방에 배치한 공급선과 철로, 지휘센터, 병참 허브들을 사정권에 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후방 보급선을 더 뒤로 후퇴시킬 수밖에 없어, 전선에 무기와 보급품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우크라이나군은 에이태큼스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하면,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의 병참 허브인 크림반도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확전 우려 외에도, 아시아ㆍ유럽ㆍ중동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의 재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제공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WSJ는 미국이 7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면서, 이 집속탄두를 장착한 에이태큼스 모델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미국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강력한 첨단 공격 무기를 제공하기를 꺼렸지만 이후 하이마스,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으로 확대해왔다. 다음 주부터는 미국이 제공하는 에이브럼스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한다.

22일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해군 흑해 함대 사령부 건물이 우크라이나의 스톰 섀도우 미사일 공격에 맞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 해군은 22일 크림 반도의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를 크루즈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격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제공한 스톰 섀도우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스톰 섀도우의 작전 사거리는 55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매일 드론과 미사일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내 러시아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다. 최근에도 러시아의 S-400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 포대와, 수리를 위해 드라이도크(drydock)에 있던 러시아 잠수함과 군함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에 파괴됐다.

22일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타격과 관련, 러시아는 “5기의 미사일을 요격했으며, 러시아 군인 1명이 행방불명됐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