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 이견으로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24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미 의회는 12개 세출 법안 중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시한 내에 우선 국방·국토안보 예산 등 4대 세출 법안과 나머지 분야의 임시 예산안(CR·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셧다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 부처에 ‘대비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전했다.
Q1. ‘셧다운’이란 무엇인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거나 임시 예산안 시한이 종료될 때까지 의회가 세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가 필수 기능만 남기고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국회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우선 예산을 집행할 근거가 헌법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정부에 예산을 주는 것은 의회의 가장 기본적 책임 중 하나”라며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Q2.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면 어떻게 되나?
예산을 받지 못한 연방정부는 미군과 연방 공무원 등 약 400만명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하게 된다. 국방, 교통, 보건 등 분야에서 필수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무급 근무를 계속하지만 비필수로 분류되는 공무원들은 일시 해고(furlough) 상태에 들어간다. 국방부의 경우 군무원들이 일시 해고되고, 현역 군인들이 그 업무를 대신하는 식이다. 필수 분야의 부처 내에서도 근무 인력을 줄이기 때문에 업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
미국 시민들은 공항에서 셧다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느낄 전망이다. 비행기 운항을 지원하는 항공교통관제사와 보안 검색을 맡은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은 무급으로 계속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무급 근무가 길어질수록 사기가 떨어지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관제사의 경우 코로나 시기 영향으로 이미 미국 내 수요보다 3000명이 적기 때문에 셧다운의 영향까지 겹치면 항공기 운항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
Q3.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까.
과도한 연방정부 예산에 대한 추가 삭감을 요구하면서 세출 법안 처리를 막고 있는 공화당 내 강경파가 문제다. 민주당과 협상하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들의 당내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언제 타협에 나설지 예상이 어렵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셧다운이 자주 있었지만 대개 1~3일 정도만 지속됐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말~1996년 초에 21일,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는 13일간 셧다운이 진행됐다. 트럼프 행정부였던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 34일간 셧다운이 이어진 것이 최장 기록이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최근 전미자동차노조 파업과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종료 등 현안들과 겹쳐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