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집무실에서 맞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의회가 2024회계연도에 우크라이나에 얼마를 지원할지 확정하지 못하자 백악관이 ‘미국의 지지는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하원 내 공화당 강경파의 반란으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축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동맹국 정상과 다자(多者) 전화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달 말 미 의회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을 막기 위해 통과시킨 45일 간의 임시예산안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자 예산안을 둘러싼 혼란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을 염려해 온 백악관이 진화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백악관은 이날 전화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적 온전성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참석한 미국과 동맹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과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의 핵심 기반 시설 보호를 위한 방공망 강화, 우크라이나 경제 회복을 지지하기 위한 기부 노력, 전쟁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에너지·경제·식량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의회에서 예산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멈추지 않는다고 주장한 셈이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가 계속해서 초당적인 양원의 지지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전화 회의 후 미국 하원에서는 공화당 강경파의 반란으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축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희망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하원의 혼란 탓에 2024회계연도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확정될지는 불투명해졌다. 2024년 미국 대선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해외 군사 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 온 것도 불안 요소다.

한편 이날 전화 회의에는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수낙 총리는 전화 회의 후 “바이든 대통령이 이 전화 회의를 개최해 준 것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감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