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미국은 벌써 ‘선거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선거가 한국의 안보와 정치·경제·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피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뉴스레터를 연재하며 지면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대선 관련 심층 뉴스를 전달드리고, 나중에는 선거 실황도 중계합니다. 뉴스레터 구독만으로 대선과 미국 정치의 ‘플러스 알파’를 잘 정리된 형태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세번째 시간인 오늘의 주제는 소셜미디어(SNS) 갈아 탄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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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16~2020년을 기억하시나요? 매사에 신중을 기하던 미국 대통령의 문법에서 벗어나 트위터(지금은 X)를 통해 실시간으로 폭탄 발언을 쏟아냈는데요. 당시 기자들은 물론 상당수 청와대·외교부 당국자들의 휴대전화에도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트럼프 계정에 글이 올라오면 벨이 울리도록 ‘알림 설정’이 돼 있었습니다. 한반도나 북한, 김정은과 관련해 뭐라도 언급하면 그 진의(眞意)를 파악하기 위해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나선 이런 수고로움을 덜게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뭔가 뜸하다고 느껴지시지 않나요? 정치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이나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봐도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던 보도는 확실히 예전보다 덜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가 직면한 각종 ‘사법 리스크’와 검찰의 수사, 임박한 재판을 다루는 기사들이 훨씬 많은 것 같고요. 천하의 트럼프라도 지금은 현직이 아니니까 스포트라이트가 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와 관련해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최근 재밌는 보도를 하나 했습니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고 난 뒤 그의 엉뚱한 행동(erratic behavior)들이 미디어와 대중에 스며든 정치적 피로감 때문에 가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정치 과학자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이를 ‘미치광이의 평범성(banality of crazy)’라고 표현했는데요. 트럼프가 신박한 조어를 사용해 가며 누군가를 비난하고 헐뜯고 공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사람들이 여기에 둔감해졌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트럼프했네”하고 만다는 거죠. 새로울 게 없으니 언론에서도 뉴스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보도하지 않고 넘어가는 거고요. 이러니 진보 진영 일각에선 “미디어가 트럼프의 극단주의는 평가 절하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잦은 실수만 필요 이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비판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과 그가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나란히 배치한 사진. /X(트위터) 캡처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퇴출된 트럼프는 지난해 2월부터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출시해 이 채널을 통해 본인의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트루스 소셜에 가입하려면 계정 개설과 휴대전화·이메일 인증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중도·진보 유권자 입장에선 굳이 가입할 필요를 못느끼니 일종의 트럼프 지지자들만의 ‘가두리 양식장’이 된 셈입니다.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어는 8일 현재 8740만 명, 트루스 소셜은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641만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해 갖고 있는 로열티는 비교가 불가하죠. 규칙도 내가 정하기 나름이니 안방에서처럼 마음대로 떠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나서 지난해 10월 계정을 다시 살려줬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접근성이 떨어지고 접촉 빈도가 예전 같지 않으니, 트럼프의 극단적 언행에 대한 기억이 대중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희미해지고 있는 겁니다.

전직 대통령의 독설이 과연 예전보다 약해졌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 레터를 쓰고 있는 오늘만 하더라도 자신을 수사한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을 향해 ‘괴물’이자 ‘인종차별주의자’라 지칭했고요. 지난달엔 퇴임하는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이 “반역죄를 저질렀다”며 “너무 지독한 일이었기 때문에 죽음만이 처벌이었을 것”이라고 했어요. 과거형이지만 사형 가능성을 시사한 건데 전직 국가 원수의 입에서 나올 거라 상상하기 힘든 발언이죠. 트럼프를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이야 당연히 ‘사이코’서부터 ‘코카인 중독자’까지 갖은 소리를 들었고요. 선거 개입 재판에선 ‘증언자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서약까지 하고서 “나를 건드리면 나도 당신을 건드리겠다”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개 협박까지 했어요. 이러니 트럼프 사기대출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3일 재판 관련 발언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함구령(gag order)을 내렸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나이주 시미밸리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대사,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비백 라마스와미로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 팀 스캇 연방 상원의원. /AP·연합뉴스

트럼프가 잠시 무대에서 내려와 있는 사이 공화당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죠. 우리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주에 2차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각 후보가 상대방의 말을 끊고 서로 하고 싶은 말만 주구장창 하다 보니 토론회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습니다. 일부 후보들은 토론장에 등장하지 않은 트럼프를 향해 “토론에 나와라 겁쟁이 도널드 덕(Donald Duck)”(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이라 직격하기도 했고요. 혹자는 이를 “‘넥스트 트럼프’가 되고 싶은 난쟁이들의 눈물겨운 경연장”이라 표현하더군요. 이 시점에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대선판에서 트럼프는 변수에서 상수가 되어가는 중이고, 조만간 그의 화려한 언행들이 다시 미디어 헤드라인을 장식할 거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 레터를 읽는 여러분도 조만간 ‘트루스 소셜’을 설치하게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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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넘어지는 대통령… 바이든은 괜찮을까? ☞ https://www.chosun.com/RFELSABA2NERFBK4W6IV533UXM/

“한 놈만 팬다”… 美대선 속 인도계 ‘집안싸움’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3/09/25/NKXOXWG2L5HVLJZQKS4YOU7V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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