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4일(현지 시각) 전화통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을 동행한 기자들에게 “중국은 중동 지역 여러 국가에서 영향력이 있다”며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확전을 막는 데 그 영향력을 활용하면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메시지는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리(미·중)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AFP는 “중국은 하마스는 물론 이스라엘과 ‘두 번째 전선’을 열 수 있는 레바논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를 모두 지원하는 이란과 ‘따뜻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이란 등과 밀접한 관계인만큼 확전은 물론 현재 상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중국이 이란 등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밀러 대변인은 왕이 부장의 반응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양측이 1시간 동안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며 “미국은 미중 모두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양국 외교 수장간 통화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방법을 규탄한다고 했다”며 “시급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해 인도주의적 재난 격화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채널을 가동하며 유엔이 국제적 합의를 모으고 안보리가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 주권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2국가 해법’을 언급하고 “중국은 폭넓은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국제평화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중 외교장관은 또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측은 밝혔다. 왕 부장은 “양국이 최근 고위급 회담을 잇달아 개최해 양국 관계가 안정될 조짐을 보이면서 양국 인민과 국제사회가 환영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과 주요 우려를 존중하고 중미 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발리 회담에서 달성한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고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며 양국 관계가 안정을 유지하도록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중동 지역 분쟁 확산을 막고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중동 순방을 통해 확전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보호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 모두 민간인을 챙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고, 이제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방문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