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미국 연방하원의 사무동인 캐넌 하우스 오피스 빌딩에 들어가서 '휴전' 등의 배너를 들고 "프리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 의회 경찰은 시위가 금지된 의회 건물 내에서 시위를 한 혐의로 약 3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연방의회 사무동과 주변에서 시오니즘(유대국가 건설운동)에 반대하는 유대인 좌파 단체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약 300명이 체포됐다. 시위대 중 3명은 의회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것은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란 단체였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진보적 유대인들의 반(反)시오니즘 단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 소속 랍비(유대교 율법학자) 25명이 이끄는 수백 명의 시위대는 ‘유대인들이 지금 휴전을 말한다’. ‘내 이름으로는 안 된다’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 티셔츠를 입고 미 연방의회 부지에 모였다.

이 단체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 측) 폭력의 근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에 있다. 내 이름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다”고 시위 이유를 밝혔다. 또 “우리에게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 계속되고 있는 잔혹 행위를 중단시킬 힘이 있다. 우리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종학살(genocide)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다.

18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연방의회 부지에 모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휴전’, ‘가자가 살아가게 내버려 두라’는 등의 배너를 들고 집결한 시위대 중 약 400명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연방하원의 사무동인 ‘캐넌 하원 오피스 빌딩’에 들어갔다. 이들은 오후 5시 넘어서까지 빌딩 내 원형 홀과 홀 상부 난간을 점거하고 배너를 흔들며 “당장 휴전하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 건물은 일반인에 개방돼 있어 보안검색만 통과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미 의회 경찰은 “시위대에 시위를 그만두라고 경고했지만 따르지 않아 체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체포된 시위 참가자가 “300명에 가깝다”고 밝혔다. 일부 시위대가 건물 밖 의회 부지에 남아 있어 주변 도로가 차단되고, 인근 연방정부 건물의 출입도 통제됐다.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이에 대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가 주도한 시위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분명한 권리를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ADL은 “그들의 주장과 달리 이 급진 좌파 조직은 압도적으로 많은 주류 유대인 사회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보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 자체에 도전하는 반시온주의자들”이라고 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하마스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자행한 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에 보복 공습을 가한 것을 옹호하고 있지만, 의회의 진보 세력은 가자 지구의 사망자가 늘어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19일 오후 8시(한국 시각 20일 오전 9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