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트럼프’ 강경 인사로 분류되는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미 하원의원이 25일(현지 시각)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3일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전 의장이 당내 강경파들에 의해 해임된 지 22일 만에 새 의장을 뽑게 된 것이다. 이로써 3주간 이어진 ‘의회 마비’는 해소됐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과 이스라엘·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을 담은 ‘안보 예산안’ 등을 놓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관련 법안 협상 전망이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존슨 의원은 이날 오후 미 하원 전체 표결에서 총 429표 중 220표를 득표해 새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투표에 참가한 공화당원 220명 전원이 마이크 존슨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과반을 득표했다. 민주당 후보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당내 압도적 지지로 209표를 얻었으나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날 공화당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날 밤 존슨 의원을 네 번째 의장 후보로 내세웠다. 존슨은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당내 강경파로 꼽힌다. 앞서 전날 오후 공화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하원의장에 출마한 8명의 의원을 상대로 5차례 내부 표결을 실시해 톰 에머 원내총무를 의장 후보로 내세우기로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4시간 만에 사퇴했었다.
존슨 의원은 트럼프 하원 탄핵 당시 그의 변호팀에서 일했고,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는 것을 지지하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내 가장 큰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 2016년에 당선돼 현재 4선인 그에 대해 미 언론들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주니어(선수가 낮은) 의원이 의장에 올랐다”며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기독교 신자인 존슨 의원은 연방 기금을 받는 10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기관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는 등 상당히 강경한 보수 성향을 보여왔다”고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존슨 의장의 선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강경 친트럼프 의원으로 꼽히는 그에 대해 당내 온건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화당 강경파와 온건파 간 분열이 봉합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의장 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날 그가 공화당 몰표를 받을 수 있었던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당 의원들에 대한 비난과 폭력적인 위협이 난무하는 ‘잔인한 내분’으로 지친 당내 강경파와 주류 공화당원들이 존슨을 당선시키로 합의를 본 것”이라며 “(전임 후보들이) 연이어 낙마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의장으로 선출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당내 분열 및 지도부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했다는 것이다. 하원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되고, ‘의회 마비’에 대한 책임이 공화당에 쏠리면서 내년 하원 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더 이상의 내분을 보일 경우 내년 선거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온건파 마이크 롤러(뉴욕)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자신과 존슨 신임 의장이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가 다른 점이 있지만, 우리는 국가를 위해 다시 국정 운영(govern)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존슨 의장은 내년 예산안과 이스라엘·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을 담은 ‘안보 예산안’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임자인 매카시 의장을 괴롭혔던 여러가지 도전에 즉시 직면하게 됐다”며 “깊이 분열된 의회를 이끌고 법안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존슨 의장은 선출 직후 연설에서 “나는 우리(민주, 공화당)가 매우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며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