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는 핵(核) 억제력 강화를 위해 기존 핵 중력탄을 개량한 전술 핵무기 B61-13 생산을 추진한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는 중·러가 핵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조치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최신형 전술핵폭탄 B61-12가 2021년9월 마지막 시험을 위해 F-35 스텔스기에서 투하되고 있다./미 국방부 영상 캡처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B61의 현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존 플럼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는 “변화하는 안보 환경, 잠재적인 적들의 증대하는 위협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전략적 공격을 확실하게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하며 동맹국을 안심시키는 데 필요한 능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배치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작년 공개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권고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NPR는 당시 “두 개의 주요 핵무장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적절히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최신형 전술핵무기인 B61-12는 기존 핵중력탄인 B61 계열에 첨단 레이더와 GPS를 장착하고 안전 및 보안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TNT 폭발력 기준으로 5만t, 무게 350㎏의 소형 원자폭탄인 B61-12는 목표에 따라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원자폭탄’으로도 불린다. B61 계열 핵무기는 B-52, B-1, B-2 전략폭격기 뿐만아니라 F-16, F-15, F/A-18, F-35 등 전투기에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B61-13 생산 결정은 (핵증강과 핵군축 사이에서) 미 민주당과 공화당간 이어진 수년 간의 불협화음을 깨기 위한 타협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내 B-2 등 전략폭격기에서 투하되는 핵항공폭탄인 B83-1을 퇴역시키려고 했지만, 공화당은 이에 반대해왔다. “깊숙이 묻힌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B83-1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B83-1은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탄두의 80배인 최대 1.2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t)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 미국의 항공폭탄 중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됐지만 위력이 지나치게 큰데다가 광범위한 지역에 방사능 낙진을 떨어뜨리는 등 문제 등으로 ‘냉전시대 유물’이라는 비판도 나왔었다.

오바마는 2019년 생산이 개시된 전술핵무기 B61-12(파괴력 0.3∼50킬로톤·1kt은 TNT 1천t 폭발력)가 배치되면 B83-1을 전량 퇴역시키려 했으나 트럼프 전 행정부가 막아서면서 무산됐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다시 이 조치가 고려됐고 결국 작년 국방부는 B83-1의 퇴역을 결정했다. 미 디펜스뉴스 등은 “핵군축을 추구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공화당 의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안보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과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성명을 내고 “새로운 B61 변형의 개발을 환영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미미한 단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전면적인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이거나 단편적인 변화가 아닌 억제 태세의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에 항공폭탄인 B61 전술핵폭탄 등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한반도에도 전술핵 무기가 재배치된다면 B61 계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