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정치인들의 화법에는 저마다 개성이 있다. 1973년 상원 의원에 당선돼 50년간 정치를 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화법은 “소탈하다(folksy)” “이해하기 쉽다(approachable)”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참모들에게도 “학술적이거나 엘리트적인 단어는 쓰지 말라”고 지시한다고 한다. 다만 실언을 자주 해서 ‘말실수 기계(gaffe machine)’라는 별명이 있다.
공직 경험 없이 바로 백악관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쉬운 단어를 사용해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의 화법은 “평이하다(simple)” “자신감 있다(confident)”는 호평도 받았지만, “자기 얘기만 한다(self-referential)” “장황하다(rambling)”는 비판도 받았다. 고급 어휘를 능수능란하게 쓰는 달변가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교해 “오바마의 어휘는 9.7학년(중3~고1) 수준인 반면 트럼프의 어휘는 4.6학년 수준”이란 분석 기사가 뉴스위크에 실리기도 했다.
정적(政敵)들에게 고약한 별명을 붙이고 원색적 비난이나 조롱도 서슴지 않는 트럼프의 화법은 “분열을 초래한다(divisive)”는 지적도 받았다. 정중한 호칭이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 예의로 생각하는 워싱턴 정가의 관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동료 의원을 지칭할 때 “(지역구)에서 온 내 친구” 혹은 “내 좋은 친구”라고 부르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 본회의나 상임위 토론 중 상대를 비판하거나 입장 변경을 촉구할 때 특히 그렇다. 예컨대 지난달 3일 본회의 토론에서 공화당의 밥 굿 의원이 같은 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 의장을 축출하려고 맹렬히 비판하자, 매카시의 측근 톰 콜 의원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상대를 “버지니아(굿의 지역구)에서 온 내 친구”로 지칭했다. 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매카시를 해임하지 말자고 촉구할 때도 그들을 “반대편에 앉아 있는 나의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연례 만찬에서 현직 대통령이 정적과 언론에 대해 ‘말에 뼈가 있는 농담’을 던지는 것도 관행이다. 올해 바이든은 투·개표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가 거액의 배상금 판결을 받은 폭스뉴스 소속 기자들을 향해 “공짜 식사를 마다할 수 없어 여기 왔다”고 놀렸다. 그러나 미국 정치의 분열이 심해져 농담으로 던진 말이 반대파의 큰 비난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