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에서 연설을 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이 2024년 대선에 승리할 경우 보복 수사 등을 통해 비판·반대 세력을 ‘응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측은 또 2025년 1월 취임 당일 반대파의 시위가 있을 것에 대비해 ‘폭동진압법(내란법·Insurrection Act)’을 근거로 군(軍)을 시위 진압에 동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WP는 트럼프와 대화한 사람들을 인용해, 최근 몇 달간 트럼프가 측근과 친구들에게 “다시 대통령이 되면 법무부가 내게 등을 돌린 인사들을 수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지난 대통령 임기 때 함께 일한 사람 중에서 ‘배신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을 수사하고 싶은 사람으로 지목했다. 켈리 전 실장은 트럼프가 참전 용사와 전사자들을 “멍청이들(suckers)” “패배자들(loser)”이라고 비하했다고 폭로했다. 바 전 장관과 밀리 전 합참의장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임기 때에도 정적(政敵)들을 수사·기소하자는 제안을 자주 했지만, 켈리 당시 비서실장이나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이를 법무부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와 측근들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법무부 장관과 백악관 법률고문에 ‘트럼프 충성파’를 앉혀 이런 전통을 바꾸려 하고 있다.

러스 바우트 전 백악관 예산관리실장을 비롯해 트럼프 측근들은 작년 말부터 워싱턴DC의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2025′에 참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공화당의 재집권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트럼프의 집권 2기를 계획하는 조직이다. WP는 군(軍)이 대통령 취임 당일 시위를 진압하도록 하는 계획도 이들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 경찰관의 과잉 제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워싱턴DC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군을 동원해 이를 진압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법무부·국방부·합참이 일제히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의 재집권 프로젝트를 통해 발간된 ‘리더십의 사명: 보수의 약속’이라는 정책 공약집을 보면, 트럼프 당선 시 한국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역할 분담 요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공약집은 한국을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주요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고,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대가를 받아야 하고, 군사적 지원에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줄어들 수 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24시간 안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의를 이끌어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