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맞아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년 동안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가 해빙기(解氷期)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G2라 불리는 세계 양대 ‘수퍼 파워’ 미국과 중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호적으로 교류했었다. 하지만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중국을 공격하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미국식 자유시장경제로부터 멀어지면서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의 시장 개방과 이로 인한 무역 확대 등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과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악재가 많은 글로벌 시장에 오랜만의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방미는 2017년 5월 트럼프와의 마러라고 회담 이후 6년 반 만이고,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 후 1년 만이다. 미·중 양측은 회담을 계기로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양국 간 관계 개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CNN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2개의 전선(戰線)을 관리해야 하는 외교적 도전에 직면한 바이든으로선 중국과 관련한 잠재적 갈등은 겪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며 경기 침체 조짐이 커지는 중국의 시 주석 또한 양국 관계 개선으로 인한 무역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국이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도 많다. 대만 문제 및 대중(對中) 기술 제재 등을 둔 이견이 대표적이다. 바이든은 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투자하려면 모든 영업 비밀을 넘겨야 하는 상황을 지지할 수 없다”라고 말해 국가 안보 차원의 대중 견제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