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시 주석이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결코 패권이나 (세력)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누구와의 냉전 또는 열전(hot war)을 벌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15일 저녁 8시(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00여 명의 미국 테크계·산업계·투자계 거물들을 상대로 이같이 말했다. “미중 관계의 문은 결코 닫힐 수 없다”고도 말했다. 최근 수 년 간 나빠질대로 나빠진 미중 갈등 여파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진핑이 직접 불안을 잠재우고 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연회장의 대부분 좌석은 10명씩 앉을 수 있는 둥근 테이블이었지만, 시 주석이 착석하는 헤드테이블만 기다란 사각형 ‘피크닉 테이블’처럼 조성됐다. 각각의 좌석 위에는 참석자 명단과 만찬 메뉴가 적혀져 있는 작은 책자가 놓여있었다.

이날 헤드테이블에느 각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 CEO들이 여럿 보였다. 우선 금융계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미국 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 창업자 스티브 슈와츠만,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CEO, 시타델 증권의 펑자오 CEO, 비자의 라이언 맥이너니 CEO,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CEO 등이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자리배치를 두고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기대했던 경제 성장 수준에 한참 못미치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 유치가 중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과 반도체 등 빅 테크 기업들과 제약, 물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기업 CEO들도 모습을 보였다. 팀 쿡 애플 CEO는 헤드테이블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급) 옆에 착석했다. 당초 이 자리에 애플의 대관 업무 담당자를 대신 보내기로 했던 쿡 CEO는 이날 막판에 계획을 바꿔 모습을 드러냈다. 현지 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 달 중국을 방문해 고위관료들과 만남을 가진 쿡 CEO가 과도한 ‘친중 이미지’를 우려하며 참석을 마지막까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결국 참석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 측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와 브로드컴의 혹 탄 CEO 도 헤드테이블에 이름을 올렸다. 미중의 첨단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반도체 업계 인사를 시 주석 곁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마크 파커 나이키 의장, 알버트 보울라 화이자 CEO, 라제시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등 중국과 사업 연관성이 큰 기업들의 수장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미 CNBC는 지나 라이몬도 미 상무부장과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도 헤드테이블에 착석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세계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헤드테이블에 앉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기가팩토리(자동차 생산시설)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에 대한 새 투자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헤드테이블에서 제외된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CNBC는 “머스크는 VIP 리셉션에는 참석했지만, 식사를 하지 않고 먼저 떠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