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6일 대만에 대한 무기인도를 조기에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무장시키는 것을 멈추라”며 무기 수출이나 군사 훈련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미국은 ‘대만 지원’ 방침엔 변화가 없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 중인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수십년 동안 필요한 자위력을 지원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고 “양국 정상의 어떤 논의 내용도 무기지원의 흐름을 역행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긴밀히 협력해 법의 지배와 주권 존중, 영토 일체성에 기반한 지역 질서를 구축하겠다”며 “아세안과 연대해 기존 위협과 지금부터 나타날 위협에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중국의 남중국해·대만해협 등에서의 주변 군사 활동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앞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특히 양 정상은 대만 문제에 있어서 기존의 주장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는 언제나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고, 대만을 무장시키는 것을 멈추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시진핑은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스틴 장관은 “(대만과 관련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대만의 자위를 도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오스틴은 미중 정상이 야국간 군사 대화 채널을 복구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일관성 있고 내실 있는 고위급 대화는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다”며 “위기 속에서도 의사소통을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어 “고위 당국자에서 실무자에 이르는 미중 간 실직적인 협의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