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로절린 카터. /AP 연합뉴스

지미 카터(99)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카터(96)가 19일(현지 시각) 고향 조지아주(州) 플레인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세운 비영리 법인 ‘카터 센터’는 이날 로절린 여사가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별세했다”고 밝혔다. 카터 센터는 지난 5월 로절린 여사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공개했고, 지난 17일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었다.

로절린 여사는 97세로 별세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부인 베스 트루먼에 이어 두 번째로 장수한 미국 퍼스트 레이디로 기록된다. 또 1946년부터 77년간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가장 오래 결혼 생활을 한 미국 대통령 부부’란 기록도 세웠다.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았던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다른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관리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로절린은 내가 성취한 모든 일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면서 “필요할 때마다 내게 현명한 지침과 격려를 줬다”고 회고했다.

로절린 여사와 카터 전 대통령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자는 결혼 서약에 꼭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인구 600명이 안 되는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태어난 두 부부는 로절린 여사가 신생아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간호사였던 카터 모친이 이웃의 출산을 도와줬는데,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로절린이었다. 이후 로절린은 카터의 여동생인 루스 카터의 친한 친구가 됐다.

‘친구 오빠’와 ‘여동생의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은 카터가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후인 1945년 연인이 됐다. 그해 여름 플레인스의 본가로 돌아온 카터는 우연히 여동생과 함께 걸어가는 로절린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영화를 함께 본 뒤 첫 키스를 했고, 첫 데이트 후 카터는 곧 어머니에게 “미래의 아내를 만났다”고 말했다고 한다. 카터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6년 7월 7일, 두 사람은 플레인스의 한 교회에서 결혼했다.

1977년 백악관 입성 후 로절린 여사는 ‘강철 목련’이란 별명을 얻었다. 남부를 상징하는 꽃 ‘목련’에, 시골 땅콩 농장주 아들로 태어난 남편을 조지아주 주지사와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여인이란 의미에서 ‘강철’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취임 첫해 남편을 대신해 중남미 7국을 순방하며 각종 현안을 협의했다. 또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의 명예 의장으로 활동하며 상원 증언을 했고, 내각 회의와 국가안보실 브리핑에도 자주 참석했다.

카터 부부 사이에는 잭(76), 칩(73), 제프(71), 에이미(67) 등 3남 1녀와 11명의 손주, 14명의 증손주가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로절린 여사의 별세에 대해 “(카터 일가는) 대단한 가족이었다. (백악관) 집무실에 품위를 가져다 줬다”며 “오늘 카터 가족의 대변인과 통화했는데 모든 가족, 모든 자녀와 손자들이 지미 카터(대통령)와 함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