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이런 지지를 받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내각의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은 20일(현지 시각)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가 4건의 형사 기소로 인한 ‘사법 리스크’와 과격한 공약, 각종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급등하는 상황을 두고 개탄한 것이다. 켈리를 포함한 16명의 전직 참모를 인터뷰한 WP는 “그에게 등을 돌렸던 이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상대는 물론이고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앞선다는 조사가 잇따라 나오자 절망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4성(星) 장군 출신의 켈리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과 함께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비서실장으로 재임할 때 트럼프와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선제 핵공격 등을 언급하는 등 임기 초 쏟아낸 ‘돌발 제안’들을 막느라 임기 내내 진땀을 뺐다고 켈리가 밝힌 바 있다.
켈리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백악관에서 나온 뒤) 트럼프가 부상당한 군인들에 대해 한 끔찍한 말을 공개했는데, 그 여파가 반나절도 가지 않았다”며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갔다. 지금 미국은 위험한 지대에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수차례 참전 용사와 전사자들을 ‘패자(loser)’, ‘멍청이(suckers)’라고 비하했었다. 그는 켈리를 포함한 참모진에게 “나는 다친 군인들이 (향후 내가 참석하는) 퍼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에게 좋지 않아 보인다”고도 했다. 당시 켈리는 “미국 사회에서 그들(부상 군인)보다 더 영웅적인 사람들은 국립 묘지에 묻힌 전사자들밖에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다가 전사했다. 최근 트럼프는 내년 대선에 승리할 경우 켈리 등 자신을 비판한 참모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WP는 “예전 측근들이 아무리 트럼프의 문제를 (대중에게) 지적해도 트럼프의 지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유권자들이 지난 8년간 이런 이야기(트럼프 비판)를 너무 많이 들어 둔감해졌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지난 15~16일 등록 유권자 28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바이든과의 양자 대결과 무소속 후보 등을 포함한 삼자·다자 대결 등에서 모두 오차 범위 밖인 7~8%포인트 격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에 대한 공격이 계속 실패하는 데 좌절했다”고 했다. 매티스 전 장관과 일레인 차오 전 교통장관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길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트럼프와 싸우고 싶지는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20일 바이든은 고령(高齡)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석상에서 또 말실수를 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날 81번째 생일을 맞은 바이든은 백악관 앞마당 사우스론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기념 ‘칠면조 사면 행사’에서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혼동했다. 그는 “칠면조가 백악관에 오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며 “(사면 행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은) 가수 비욘세의 르네상스 투어나 브리트니의 투어 티켓을 얻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녀(브리트니)는 지금 브라질에 가있다”고 했다. 최근 브라질에서 공연한 가수는 브리트니가 아닌 테일러 스위프트다. 이날 바이든은 ‘고령 논란’을 의식한 듯 “환갑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