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설립된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G42′가 중국으로 AI 기술을 빼돌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UAE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G42가 미국 정부의 감시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최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 장관, 타룬 차브라 국가안보회의(NSC) 기술 분야 국장 등도 UAE 인사들과 만나 ‘G42 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 유력 인사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이 투자해 2018년 UAE 수도 아부다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금융부터 의료,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글로벌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최근 미국의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고, 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자체 개발 칩을 이용한 AI 수퍼컴퓨터를 주문하는 등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셰이크 타흐눈은 UAE ‘건국의 아버지’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나하얀의 아들이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의 동생이다. 석유 일변도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려는 UAE 아부다비 왕가의 정책에 앞장서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NYT에 따르면, CIA 등 미 정보 당국은 G42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 제약 업체 시노팜 등 여러 중국 업체와 연루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G42가 미국인 수백만 명의 생체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우려가 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 당국은 화웨이가 통신 장비에 통화 내용과 데이터를 빼낼 수 있는 장치를 심어놨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셰이크 타흐눈의 백악관 방문 당시 G42가 중국 업체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계 UAE 시민권자인 샤오펑이 G42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는 점도 미 정보 당국이 G42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