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항공모함만큼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동아시아 해상에서) 공격적인 위협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대응하겠습니다.”

미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지난 2016년 대서양에서 항모 기동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현재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수리 막바지에 있는 조지워싱턴호는 내년 4월 일본 요코스카항에 배치될 예정이다. /미 해군

29일(현지 시각) 오전 미 수도 워싱턴 DC에서 남동쪽으로 약 190마일(약 300km) 떨어진 버지니아주 노퍽(Norfolk) 해군기지. 미국 7함대 소속 핵항모 조지워싱턴함(함번 CVN-73)의 브렌트 가우트 함장(대령)은 “우리(미 항모)의 존재는 북한·중국의 위협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분쟁이 발생하든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중의 도발이 있을 경우 압도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였다. 미국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조지워싱턴함은 내년 4월 모항(母港)인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돼 유사시 한반도 및 대만 지역 등을 방어한다. 미 국무부는 이날 13국 외신 기자 20명을 초청해 세계 최대 해군기지인 노퍽 내에 정박해 있는 조지워싱턴함과 알리버크급 구축함인 ‘머핸(Mahan)’ 및 나토 사령부 시설 등을 공개했다.

축구장 3배의 넓이에 해당하는 길이 332.8m, 폭 76.8m의 크기로 승조원 6000여 명이 승선할 수 있는 조지워싱턴함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전투에 항상 먼저, 평화도 먼저(First in war, first in peace)’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이 항모의 갑판과 격납고엔 전폭기인 수퍼호닛(F/A-18E/F)과 호닛(F/A-18A/C), 조기 경보기 E-2C(호크아이 2000), 대잠 헬기 시호크(SH-60F) 등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다. 조지워싱턴함은 지난 2008년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됐다가 2015년 10월 로널드레이건함과 임무를 교대한 뒤 지금까지 미국에서 핵연료 교체 및 장비 수리 등을 받아왔다.

축구장 3배 넓이 조지워싱턴함의 위용 - 미 7함대 소속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은 축구장 3배 넓이에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하고 승조원 60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2016년 대서양 해역에서 기동 훈련을 하고 있는 조지워싱턴함의 전체 모습(왼쪽 사진)과 갑판 일부 모습(오른쪽 위 사진).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조지워싱턴함의 갑판에 올라 바라본 모습(오른쪽 가운데 사진). 이날 조지워싱턴함 한편에서는 장병들이 화생방 훈련을 하고 있었다(오른쪽 아래 사진). /미 해군·이민석 특파원

조지워싱턴함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주요 도발 때마다 한반도 해역에 급파됐다. 북한은 지난 2014년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 당시 조지워싱턴함이 부산항에 입항하자 “미국이 핵 항모를 끌어들여 위험한 연합 훈련을 벌이고 있다. 용납 못 할 도발”이라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워싱턴함 내부는 내주부터 진행될 비행 훈련 준비에 한창이었다. 제이슨 태런트 부함장(대령)은 “다음 주 중반부터 노퍽 기지 인근에 대기 중인 수퍼호닛 등 전투기가 일제히 항모에 진입해 비행 훈련이 진행된다”며 “항모가 작전 지역에 투입되기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들어서자 장병들도 한껏 고무돼 있다”고 했다. 항모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격납고에선 항공기를 비행갑판으로 들어 올리는 엘리베이터 4대에 대한 점검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지워싱턴함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는 3분 안이라도 바로 전투기가 출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대편에선 해군 장병들이 적의 화학전에 대비해 화생방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방호복 및 휴대용 제독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려는 차원이었다.

갑판 위에선 장병 10여 명이 바닥에 박힌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었다. 한 장병은 “갑판의 청결도는 항공기 이착륙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임무”라며 “매일 1시간 이상 갑판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 8시 정각이 되자 항공모함 갑판 끝에 성조기가 게양됐다. 다른 작업을 하던 군인들이 일제히 성조기를 바라보며 삼십 초간 경례했다.

그래픽=양인성

가우트 함장은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국제법에 따라 지역 안정과 자유로운 상거래,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됐다. 그는 지난 10월 7일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직후 미국이 핵항모 제럴드 포드 및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단을 중동 지역에 급파한 것을 언급하고 “일부 함대가 파견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어떤 미국 항모도 어떤 위기나 분쟁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9일(현지 시각)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 갑판에서 슈터(Shooter) 담당인 에릭 린츠 소령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슈터는 전투기가 이륙할 때 최종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민석 특파원

가우트 함장은 조지워싱턴함에 무인 공중급유 드론인 ‘MQ-25A(스팅레이)’가 곧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팅레이는 항모에서 출격해 약 800㎞ 떨어진 수퍼호닛 전투기 등에 공중급유할 수 있고, 자체 무장·공격도 가능하다. 미국은 2021년 8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팅레이를 통해 수퍼호닛 전투기에 무인 공중급유에 성공했다. 그간 중국은 대함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 등을 잇는 제1 도련선(島鏈線·열도선) 안으로 미군 항모 전단의 접근을 막는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스팅레이를 통해 조지워싱턴함의 작전 범위를 확장시켜 이 같은 전략을 우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해군 관계자는 “조지워싱턴함의 배치로 중국의 대만 침공 및 북한의 도발 억제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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