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에서 일명 ‘성탄 연금’이라고까지 불리던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새로운 대항마가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캐리의 적은 저스틴 비버나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청춘 스타가 아니다. 무려 1958년에서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온 노가수의 반란이다.
4일(현지 시각) 미국 빌보드지는 12월 첫째주 싱글차트 ‘핫100′을 공개하면서 1위에 브렌다 리가 부른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리는 올해로 79세를 맞은 노가수다. 그가 13세때인 1958년에 녹음한 곡이 무려 65년만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로써 그는 빌보드 역사상 최고령 1위 곡 가수로 올랐으며, 해당 노래는 발표된 지 가장 오랜시간 만에 1위에 오른 노래가 됐다. 개별 노래들의 음반 판매와 음원 다운로드·스트리밍 순위를 합산해서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핫100′은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차트다.
가수 본인으로서도 1960년 이후 63년만의 1위다. 이 곡의 1위 탈환은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그만큼 캐리의 아성이 공고했다. 캐리가 1994년 발표한 ‘올 아이 원트…’는 핫100 1위를 무려 12번을 차지한 곡이다. 빌보드가 12월 첫째주부터 5~6주간 캐럴만 모아 집계하는 ‘홀리데이 100′ 차트에서는 2015년부터 4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64주 중 58주동안 이 곡이 1위였다. 저스틴 비버의 ‘미슬토(Mistletoe)’, 아리아나 그란데의 ‘산타 텔 미(Santa Tell Me)’ 같은 곡이 가끔 자리를 넘봤을 뿐이다. 사실 리는 이번 역주행을 위해 단단히 칼을 갈았다. 그도 그럴것이 해당 곡이 핫 100에서 2위를 차지한 것만 9번으로 ‘가장 많이 2위한 곡’의 설움을 갖고 있었다. 리는 올 겨울을 앞두고 뮤직비디오를 새로 찍고 틱톡 계정도 새로 만들었다. 젊은 층을 공략한 것이다.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로킹…’은 지난 한주동안 3490만번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이는 ‘올 아이 원트…’보다 250만번 가량 많은 기록이다. 리는 라디오 방송 청취자 노출, 다운로드 건수 등에서 캐리에게 뒤쳐지고도 스트리밍으로 핫 100 1위를 거머쥐었다. 리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 곡이 내 대표곡이 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며 “이제 집에는 그 노래의 제목이 수놓아진 베개가 장식돼 있다”고 기쁨을 전했다.
이 노래의 1위 등극은 세계적으로 강력하게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보다도 36년 전 노래가 더욱 강력한 역주행을 펼쳤기 때문이다. 60년대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편곡과 가창법에 젊은 세대들이 새로움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