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담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은 지난 9월 이후 80여 일 만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담 계획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잔혹한 침공에 맞서 자국을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흔들리지 않는 공약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614억달러(약 8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편성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나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지원 의지가 약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을 막으려고 회담을 개최한다고 볼 수 있다. 젤렌스키가 직접 워싱턴에 오도록 해, 미국 의회 설득에 총력전을 펼치려는 측면도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도 젤렌스키와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14억달러에 이스라엘 지원 예산과 인도·태평양 지역 관련 예산 등을 묶어 1105억달러(약 145조원)의 긴급 예산 편성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경한 이민, 국경 통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와 연계하고 있다.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지난 10월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미국 내 여론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지난 5~6일 미국 등록 유권자 10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적당하다”는 응답은 27%,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11%였다. 한편 유럽연합(EU)은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500억유로(약 71조원)를 포함한 공동 예산 증액 문제를 논의한다. 최근 정권이 교체된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원조 중단 방침을 공언하고 있어 27개 회원국의 의견이 일치할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