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 시각) 한 해 동안 가장 거짓말을 많이 쏟아낸 공인(公人)들을 추린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을 발표했다. 공인들의 주장을 검증해서 진위를 가리는 팩트 체크 시리즈 ‘더팩트체커(The Fact Checker)’ 팀의 사무실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의 목각인형이 걸려 있고, 실제 기사에도 피노키오 숫자를 통해 특정 정치인의 주장의 허위·과장 정도를 분류하고 있다. 올해 리스트에는 내년 미 대선에서 겨루게 될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가 나란히 올랐다.

◇바이든 ‘개인사 과장하는 특유 화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빛의 축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WP는 우선 바이든 대통령을 가장 먼저 소개하면서 “자신의 개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특유의 화법이 그의 진실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2004년 자택 화재, 부통령 재직 시절 당시 전용기보다 기차를 자주 이용해서 기관사의 축하를 받았다고 소개한 일, 1960년 초반 남성 두 명이 길에서 입맞추는 것을 목격했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 부친이 했던 말 등이 믿기 힘든 일화들로 꼽혔다.

WP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 2004년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신의 자택에서 난 불의 규모에 대해 과장되게 발언해왔다. 바이든은 지난 3월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집 전체에 연기가 자욱했고, 소방대가 출동해 아내와 고양이, 그리고 제 67년식 콜벳(자동차)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도 “주방 바닥이 불타고 있었고 기둥도 불타 무너질뻔 해 소방관 두 명이 거의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소방관들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WP는 당시 윌밍턴 지역지와 통신 기사 등을 검토한 뒤 지난 8월 “화재는 20분만에 진압됐고 화재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가 부통령 재직 당시 하도 기차를 많이 이용해 기관사 축하를 받았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WP는 “해당 기관사는 바이든이 부통령이 되기 16년 전인 1993년 암트랙에서 은퇴했다”며 “바이든이 주장한 암트랙 이용 수도 실제와는 다르다”고 했다.

바이든이 주로 동성애 문제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일화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은 지난 3월 헐리우드 배우 칼 펜과의 대담에서 ‘결혼 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가 나를 데려다 주셨습니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정장을 잘 차려입은 두 남자가 서로 키스하고 있었죠. 그들은 서로에게 키스를 했어요. 전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해요. 저는 돌아서서 아버지를 바라봤습니다. ‘조이(바이든 대통령의 애칭), 간단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거야.’”

WP는 이 발언에 대해 “개인들(부자)의 발언을 사실이 아니라고 반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당시만 해도 게이 남성은 공공장소에서 키스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겼다. 당시 신문 등을 참고하면 윌밍턴 시내 같은 곳에서 게이 커플이 키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WP는 그 근거로 “1961년 델라웨어의 한 신문은 윌밍턴 경찰이 ‘외부에서 유입된 동성애자들이 이곳에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도했다”며 “경찰은 6주 동안 주로 시내에서 35명의 남성을 음란 혐의로 체포했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픈 손가락’인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의 문제를 놓고도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캠페인 당시 “내 아들은 중국과 관련해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결과적으로 헌터 스스로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헌터는 최근 재판 과정에서 중국 및 우크라이나로부터 2019년과 2018년 각각 240만달러와 2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시인했다.

◇트럼프는 9년 연속 선정, “트럼프 거짓말로 한 면 채울 수 있어”

내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뉴햄프셔주(州) 클레어몬트(Claremont)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9년 연속 WP 선정 피노키오 명단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올렸다. WP는 “재임 시절 흔히 그래왔던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 혼자만으로도 이 면을 모두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WP는 이란 관련 언급이 유달리 도드라진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자신이 이란에 반격을 가하자, 이란측에서 다음 공습에서 고의로 미국 군사 기지를 빗맞히겠다고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오히려 취소했고, 이란 역시 트럼프에게 관련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기지를 빗맞힌 적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 미사일 공격은 기지에 명중했으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잘 짜여진 대피의 결과이지 이란의 표적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문제를 놓고는 공화당 주자들 간에 서로 난타전을 벌이며 가짜뉴스를 양산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측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연방 하원 재직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과 통상 협상과 관련한 ‘패스트트랙’에 찬성 표결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WP는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측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중국 유리섬유 공장 유치를 환영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지만 이 역시 사실에 배치된다.

트럼프도 디샌티스 주지사가 올해 초 주가를 올리던 시절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해 “디샌티스 주지사가 중국 공산당의 편을 들었다”고 했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對) 중국 관세에 반대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