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 같은 잠재적 적국에 맞서, 그동안 방치됐던 서태평양 티니안 섬의 공군 비행장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니케이 아시아와 CNN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케네스 윌스바흐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대장)은 최근 영문 주간지 니케이 아시아 인터뷰에서, 2차 대전 당시 일본 폭격 때 주로 썼던 태평양의 미국령(領) 티니안 섬 비행장을 재건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 개월 주의 깊게 본다면, 특히 티니안 북부에서 ‘상당한 진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스바흐 사령관은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공군사령관도 맡고 있으며,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역임한 바 있다.
괌의 200㎞ 북쪽에 위치한 티니안 섬은 미국령인 북(北)마리아나 제도의 한 부분이다. 하와이에선 서쪽으로 6000㎞ 떨어져 있다.
윌스바흐 사령관은 “현재 이 광활한 활주로는 정글에 덮여 있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내년 여름 사이에 이 정글을 제거할 것”이며, 건설이 마무리되면 “광범위한”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이 주간지에 말했다. 그는 이 비행장이 언제부터 풀가동에 들어갈지는 밝히지 않았다. CNN 방송은 이와 관련, 내년 미 국방부 예산에 티니안섬 비행장 건설 프로젝트로 7800만 달러(약 1014억 원)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윌스바흐 사령관은 티니안 섬 비행장 재건의 이유로, 중국ㆍ북한과 같이 장거리 미사일 타격 능력을 갖춘 “적에게 타깃 선정을 어렵게 해서, 일부는 맞더라도 (미 공군이) 상당한 화력으로 적에게 반격할 수 있는 효과를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공군은 수년 전부터 전투기와 폭격기를 여러 기지에 기민하게 분산 배치해,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공군 전력의 생존력을 높이고 반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속전투전개능력(ACEㆍAgile Combat Employment)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태평양의 미 공군력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 등과 같이 몇 개의 대규모 기지에 집중돼 있어,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021년 1월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최대 경쟁국으로 규정하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위협(pacing threat)”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ACE 개념을 통해, 서태평양에 더 많은 공군 비행장을 확보하고 전투기ㆍ폭격기 등을 기민하게 전개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 공군력을 감소시키는데 더 많은 미사일을 쓰도록 비(非)예측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필리핀과 파우아 뉴기니 섬에 군 활주로를 확보했고, 호주 북부에 있는 2개 공군기지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두 나라는 합의했다.
한편, 티니안 섬은 괌ㆍ사이판과 더불어, 제2차 대전에서 미 공군의 일본 폭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티니안은 2차 대전 때 미군이 일본군을 격퇴하고 점령한 뒤에 일본 본토를 폭격하는 B-29 ‘슈퍼포트레스(Superfortress)’ 폭격기 편대들의 기지가 됐다. 이 세 곳에서 발진한 B-29 폭격기들은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45년 3월 10일 도쿄 대공습을 주도했다.
특히 2.4㎞의 활주로 4개를 갖춘 티니안 섬의 노스 필드(North Field)는 당시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분주한 공군기지였다. 1945년 8월6일 오전2시 티니안 섬을 이륙한 B-29 ‘에놀라 게이(Enola Gay)’는 그날 아침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리틀보이(Little Boy)’을 떨어뜨리면서 인류 역사에 핵무기 시대를 열었다. 3일 뒤 나카사키에 원폭 ‘팻맨(Fat Man)’을 투하한 B-29 ‘복스카(Bockscar)’도 이곳에서 이륙했다.
미 공군은 이미 ACE 개념을 티니안 섬에서 활용해, 지난 3월 애자일 리퍼(Agile Reaper 23-1) 훈련때에도 F-22 스텔스 전투기를 괌 외에 이곳에 전개했다.
한편, 윌스바흐 사령관은 니케이 아시아 인터뷰에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개방을 증진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방어협력 기회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3국 협력은 불가능했지만, 올해만 해도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이것들 일부는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일은 지난 10월 22일 처음으로, 한국 공군의 F-15K,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이 참가하는 3국 연합 공중 훈련을 한반도 한일 ADIZ(방공식별구역) 중첩 구역에서 실시했다. 윌스바흐는 이러한 삼국 공중 훈련이 “같은 수준에서 계속 진행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수준이 높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