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을 측근과 상의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유엔 대사가 유엔 대사로 재직했던 2018년 10월 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 연합뉴스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헤일리 전 대사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자 참모들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주변 공화당 인사들에 대해 묻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헤일리 전 대사가 최근 그의 관심사가 됐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헤일리 전 대사의 영입설에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일을 공화당 지도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소문’이라며 다가오는 예비 경선에서 승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 측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헤일리는 여성 최초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유엔 대사를 지냈다. 헤일리는 201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대신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했었다. 헤일리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는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와 결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트럼프 독주’가 이어지자 헤일리는 그와 다시 가까워지려 노력하기도 했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2024년에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었고, 결국 대선 출마를 했을 때도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었다. 당시 트럼프는 헤일리의 출마에 대해 “니키 헤일리가 비록 ‘나는 내 대통령(트럼프)에게 맞서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위대한 대통령이었고 내 인생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한 적 있지만, 내가 그에게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했다. 행운을 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여론조사에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붙었다. 여론조사 기관인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14~20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 경선 참여가 예상되는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33%)와 헤일리(29%)의 지지율 격차는 4%p였다. 두 사람의 여론조사 결과 차이가 오차 범위 내로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 외에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13%,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6%,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 5%를 각각 기록했다.

트럼프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CBS방송에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근소한 차로 뒤지거나 그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의 상승세를 보여준 여론 조사를 “가짜 뉴스”라고 비판하며 헤일리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