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5일 뉴햄프셔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선거운동이 ‘돈의 힘’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7일 전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아이오와주(州) 코커스(caucus·당원 대회)를 앞두고 헤일리 측의 선거운동본부와 그를 지지하는 수퍼팩(미국의 민간 정치자금 단체)이 모든 후보 중 가장 많은 금액을 TV 광고에 쓰고 있어서다.

미국의 광고 분석 회사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과 관련해 지난 4일까지 집행되거나 집행이 결정된 광고 총액은 2억5900만 달러(약 3400억원)인데, 그중 헤일리 측 수퍼팩과 선거본부가 쓴 금액이 6330만 달러(약 830억원)로 가장 많았다. 헤일리와 경선 2위 경쟁 중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측이 5810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4970만 달러로 3위였다.

특히 헤일리 측의 광고 집행액이 가장 많은 것은 공화당 후원자 중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진 월스트리트나 테크 기업의 억만장자들이 그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우선 다국적 기업 ‘코크 인더스트리’를 기반으로 억만장자가 된 코크 가문이 헤일리를 돕고 있다. 찰스 코크(88), 데이비드 코크(2019년 8월 별세) 형제가 만든 정치 단체 ‘코크 네트워크’와 이들의 행동 조직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 Action)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헤일리를 공식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헤지펀드의 전설적 인물 중 한 명인 스탠리 드러켄밀러, 홈디포 공동창업자 켄 랭곤 등도 헤일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헤지펀드 시타델 그룹의 창업자 켄 그리핀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 등도 헤일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민주당의 거물 기부자인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도 헤일리를 지원하고 있다. 헤일리를 지지하는 수퍼팩 SFA펀드와 헤일리 선거본부 측은 이렇게 몰려드는 자금을 TV 광고에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 대세론 속에 헤일리가 계속 선거운동의 동력을 이어가려면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와 22일 뉴햄프셔 경선부터 내달 24일 열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까지 초반에 선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워낙 높아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렇게 총력전이 벌어지는 데 대해 폴리티코는 “니키 헤일리가 공화당 대선 정치에서 ‘빅 머니’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일리를 돕고 있는 코크 네트워크는 2016년 대선 경선 때도 트럼프를 막기 위해 10억 달러를 동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헤일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지지율이 올랐지만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에는 지지율 차이가 크다. 여론조사 분석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이 최근 공화당 경선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서 7일 공개한 평균치를 보면 트럼프가 61.8%의 지지율을 기록해 압도적 1위다. 그 뒤를 디샌티스(12.1%)와 헤일리(11.2%)가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