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가볍게 춤을 춰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23일 미국 뉴햄프셔주(州)에서 두 번째 공화당 대선 경선을 치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52)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19일 뉴햄프셔주 콩코드 유세에서 헤일리가 “대통령 재목이 아니다”라며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마도 그가 (나의) 부통령으로 선택받지는 못하리라는 뜻”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내가 그(헤일리)를 잘 안다.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다”며 헤일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 직후 헤일리를 유엔 대사로 임명했다. 이에 헤일리는 이날 뉴햄프셔 애머스트에서 열린 유권자 만찬 행사에서 “나는 누구의 부통령도 되고 싶지 않다”며 맞받아쳤다.

헤일리는 20일 뉴햄프셔주 린지 소재 프랭클린피어스대 유세에서 트럼프가 낸시 펠로시(83) 전 하원의장과 자신을 혼동했다며 트럼프의 인지 능력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전날 밤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자신이 병력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를 펠로시가 받아들이지 않아 폭동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줄곧 펠로시 대신 헤일리 이름을 거론했다. 헤일리는 “나는 당시 (워싱턴)DC에 있지도 않았다. 공직에 몸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우리가 정말 80대에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될 두 사람을 놓고 선거를 치르기를 바라고 있나”라고 했다. 각종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던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함께 2년 뒤 80세가 되는 트럼프를 지목한 발언이다. 헤일리는 “내 부모님도 고령이시고 그분들을 정말 사랑한다. 그렇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면 노쇠가 온다. 어느 의사에게 물어도 사실이 그렇고 이것이 우리나라(미국)가 지금 취약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가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 겸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20일 뉴햄프셔주 내슈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또 트럼프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해야 할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잘못 거론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우리나라를 이런 위험에 노출시키지 말자”고 했다. 헤일리는 또 트럼프가 시진핑, 푸틴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같은 사람들과 “브로맨스(남성 간 각별한 유대)”를 해왔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독재자들을 칭찬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역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