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진행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서는 한국 선거 풍토에서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펼쳐졌다. 이날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프라이머리를 치렀는데, 앞서 경선 일정을 두고 바이든과 주 정부가 갈등을 빚은 탓에 바이든의 이름이 기표용지에서 빠진 채 투표가 강행됐다. 그런데도 바이든이 7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압승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건 뉴햄프셔의 독특한 선거 제도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투표용지에는 이름도 생소한 군소 후보 21명이 나열됐고, 가장 아래에는 ‘써넣으세요(Write in)’라는 문구와 함께 공란이 하나 더 있었다. 기표용지상 후보를 찍는 ‘객관식’과 함께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직접 쓸 수 있도록 ‘주관식’도 병행한 것이다. 이런 규정 덕에 바이든은 자신의 이름을 주관식으로 써넣은 ‘몰표’를 받아 승리한 것이다. 이런 선거 제도 때문에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4년 전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주관식으로 기표한 투표용지 6000여 장이 나왔는데 이 중 1200장에 ‘도널드 트럼프’라고 적혀있었다. 이렇게 객관식과 주관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주가 41곳에 달한다.
이날 공화당 선거 투표용지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최근 중도 하차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이외에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상원 의원 등 일찌감치 경선을 포기한 후보를 포함해 20명 이상이 득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투표용지가 프라이머리 후보 등록을 마감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유권자가 6명에 불과한 뉴햄프셔 산골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 0시에 투표가 시작돼 개표 결과가 일찌감치 발표된 것도 생소한 광경이다. 표준 시간대가 4개나 있을 정도로 땅이 넓은 미국에서 개표 방식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연방 정부는 각 주에 선거 진행 방식을 일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바다 등 10주에선 우편 투표를 선거 전날에 열어 개표하는 것도 가능하다. 딕스빌 노치같이 일부 마을에서 이뤄지는 ‘자정 투표’는 과거 철도 노동자 등이 출근 전 투표할 수 있게 배려한 전통에서 기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