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구축함 USS 존 핀(John Finn)함이 24일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미 7함대가 밝혔다. 지난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으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후 미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의회 ‘대만 코커스’의 공동의장인 민주당의 아미 베라 하원의원과 공화당의 마리오 디아즈 발라트 하원의원도 이날부터 대만 방문을 시작해, 미국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 시기와 맞물렸다.
이날 작전에 대해 미 7함대는 “(대만해협은) 국제법에 따라 공해상에서 항행과 상공통과의 자유가 적용되는 곳”이라며 “존 핀함은 (대만)해협에서 어떤 연안국가의 영해에도 속하지 않은 통로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 “이 함정의 통과는 모든 국가를 위한 항행의 자유 원칙을 옹호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국제사회의 어떤 일원도 자신들의 권리나 자유를 포기하도록 겁박 또는 강압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영해 기선부터 12해리(약 22.2km) 안을 영해로 인정한다. 또 어느 국가의 영해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公海)에서 모든 선박은 항해의 자유를 가지며, 항공기도 상공 비행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 주변과 남중국해 90%가 모두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지속적으로 해군 함정과 군용기를 보내는 것은 이런 중국 주장에 맞서 공해 항행(航行·navigation)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미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선전했다”며 “(중국군은) 미국 함정의 통과 과정 전체에 대해 병력을 조직해 경계에 임했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처분했다”고 반발했다. 또 “최근 미군이 빈번히 도발행위를 하며 역내 평화 안정을 악의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동부)전구 부대는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며 단호히 국가 주권, 안보와 지역 평화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미·중 정부 간의 교류가 복원되면서 양국 관계는 다소 개선됐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류전리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지난해 12월 화상회담을 통해 고위급 군사 교류를 재개했고, 이달 초에도 양국 국방당국 간 회담이 워싱턴DC에서 열렸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양측 다 의견을 굽히지 않아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