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조야(朝野) 일각에선 북한의 전쟁 위협을 경고하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었다. 북한의 위협이 이번엔 심상치 않으니 한·미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야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입장은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북한의 한반도 침공 가능성은 ‘성급한 결론’”이라며 “북한의 위협 고조는 북·러가 급속도로 군사 측면에서 밀착하는 데 대한 서방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이날 ‘김정은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한반도가 아닌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일련의 불규칙한 행동으로 인해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며 “그러나 김정은의 행동에 대한 더 그럴듯한 설명은 그가 러시아 및 이란 등 북한의 우방국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을 돕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완전 소멸’ ‘물리적 격돌’ 등을 언급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사실 김정은의 주 관심은 한반도가 아닌 북·러, 북·이란 군사 협력 확대에 있다는 취지였다.
조시는 최근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가 “한반도 상황이 6·25전쟁 직전만큼이나 위험하며 김정은의 잦은 ‘전쟁’ 언급은 허세(bluster)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주민과 군대를 실제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의 진짜 우선 순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한반도를 향한) 위협은 사실 (북·러 밀착을 경계하는) 서방과 자국민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및 서울과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김정은은 자국 주민을 먹여 살리기보다는 북한 자금을 무기 산업에 쏟아붓는 걸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분석을 인용했다.
조시는 “이런 와중에 조 바이든 행정부에 창의적인 대북 정책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과의 관계를 강화했지만 동맹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 국무부는 지난달 퇴임 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대신할 북한 특별 대표를 임명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예산이 없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한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 지원으로 전쟁이 길어질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싱 부대변인은 “북한과 이란 같은 국가들의 지속적인 지원은 실제로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 점을 우려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고 하지만 의회가 추가 안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