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년 만에 영국 본토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방침을 굳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중국 대립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핵 군비 강화 움직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핵이 영국에 재배치될 경우 신냉전 구도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군 소속 F-35 전투기가 전술핵폭탄인 B61-12 투하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 미 국방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서퍽에 있는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서 핵무기 재배치를 위한 시설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때 미국의 전술핵무기 B61 핵폭탄이 110기까지 배치됐다가 2007년에 철거됐다. 현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에 공중 투하용 B61-3이나 B61-4 핵폭탄이 모두 100여 기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큰히스 공군기지는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미군의 F-35 라이트닝Ⅱ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곳이다. 더타임스는 이곳이 다시 핵무기 기지가 된다면 미국이 2008년까지 이곳에 배치했던 핵 중력탄의 개량형(B61-12)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신형 전술핵무기인 B61-12는 TNT 폭발력 기준으로 5만t, 무게 350㎏의 소형 원자폭탄이다. 종전 핵중력탄인 B61 계열에 첨단 레이더와 위성 항법 장치(GPS)를 장착하고 안전·보안 기능을 추가했다. 목표에 따라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어 ‘스마트 원자폭탄’이라고도 부른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자체 입수 문서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방탄 방패 등 기지에 필요한 장비를 주문했으며, 잠재적 보증 임무(surety mission)로 늘어나는 병사를 수용하기 위해 숙소도 대폭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증 임무’는 미 국방부 내에서 핵무기 관리를 뜻하는 용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러시아·미국·중국·프랑스와 함께 공식 핵보유국인 영국은 자체 핵탄두를 260여 기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낡고 기동력이 떨어져 실전 즉시 배치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각국이 안보 위기를 실감하면서 미국산 전술 핵무기 증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개월 전만 해도 “우리의 억지력을 위해 핵무기가 배치된 회원국들 외에는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가 극단적인 경우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위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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