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공개된 요르단 북동부의 타워 22로 알려진 군사 전초기지./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이 중동에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들에 대한 ‘보복’을 천명해 중동 지역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미국은 이들의 공격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전방위로 받을 전망”이라며 “중동 지역의 확전을 경계해왔던 바이든 행정부의 뜻과는 반대로 중동 지역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작년 12월 15일 수도 암만의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요르단 보안군이 인근에 배치돼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28일 백악관과 미군 당국은 전날 밤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의 전초기지 ‘타워 22′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3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방인 요르단에는 통상 미군 3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타워 22′는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중동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로이터는 “요르단 북서쪽 끝단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있는 이 기지에 대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고 했다. 다만 시리아 남부지역에 소수의 미군이 주둔 중인 알탄프 기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전투 지원 및 후방 감시 등의 기능을 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친이란 민병대로 구성된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IR)’은 요르단 국경에 가까운 알탄프를 포함해 시리아 내 미군 기지 3곳에 대한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이 계속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당국은 당초 부상자가 25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후 부상자를 34명으로 수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드론 공격이 (미군) 거주 구역을 강타해 열상, 타박상에서 뇌 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상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번 드론 공습이 밤 사이 미군 기지의 숙소 근처에서 발생해 부상자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미 당국은 이날 사망자가 3명이라고 밝혔지만 부상자들 상당수가 ‘외상성 뇌 손상’ 증세를 보이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미 당국자 관리 2명을 인용해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으로 부상한 병사가 30명 이상이며, 이들이 외상성 뇌 손상과 일치하는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 사망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P는 “방공망이 드론을 요격하지 못한 이유는 불분명하고 군 당국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최고의 의미에서 애국자들인 이들을 기린다”며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책임 있는 이들을 처벌하겠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며 “우리는 테러와 싸우겠다는 그들(희생 장병)의 신념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 단체들은 하마스의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테러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을 계속 공격해왔다. 국방부 관리들은 작년 10월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160건 가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지만, 이전까지는 사망자가 없었다. 이들 공격에 대한 미군의 대응 공격도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건물과 기반 시설 등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번엔 적의 공격으로 자국민이 사망한만큼 강도 높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이 중동으로 확전하는 양상을 경계해왔던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악재에 부닥쳤다. 미 언론들은 “중동의 긴장을 낮추려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느 정도 수위의 대응을 해야하는지 고심에 빠졌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이날 화상회의에서 자국 군인의 사망에 대해선 이전과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지만, 보복 수위에 대해선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끔찍한 날”이라며 “미국에 대한 뻔뻔한 공격은 조 바이든의 약함과 굴복에 의한 비극적 결과”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바이든이 이란을 대하는 태도가 약하지 않았다면 이란은 미국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강경파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오늘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며 잇따라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들에 대한 ‘직접 타격’을 압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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