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11월 미국 대선은 4년 전에 이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DB

2024년엔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있다. 세계 인구 절반인 약 40억명 이상이 투표를 하게 돼 ‘지구촌 선거의 해’라고 불린다. 한국인 입장에선 4월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제외하면 가장 큰 관심이 가는 게 11월 5일 있을 미국 대선이다. 동맹이자 세계에서 막강한 힘과 권력을 갖고 있는 미 대통령이 한국의 정치·안보·경제·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은 지난달 15일 공화당 경선(아이오와 코커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는데,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 성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대선은 유권자들이 선거날 하루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결정하는 한국과 달리 직선제와 간선제가 합쳐진 형태고, 각 주마다 경선 방식·규칙이 상이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본지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키워드를 선별해 정리해봤다. 이름하여 설 맞이 ‘미국 대선 대(大)백과사전’이다.

◇ 선거인단 538명… 매직넘버는 ‘270′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당시 대통령)의 주별 득표 현황.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ABC방송 캡처

미국은 50주와 수도 워싱턴DC(컬럼비아 특구)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어 선거 당일 국민 투표를 거쳐 당선자가 곧바로 결정되는 한국과 달리 주별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는 간접선거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11월 5일 북동부에서 시작해 서부 알래스카주까지 24시간 동안 치러지는 선거는 엄밀히 따지면 지지 후보에게 투표할 선거인단(The Electoral College)을 뽑는 선거인 것이다. 이들이 정해진 법에 따라 ‘12월 두번째 수요일의 다음주 월요일’에 모여 유권자의 뜻을 담아 차기 대통령을 최종 선출한다. 요식 행위이면서도 이게 ‘정식 대통령 선거’인 셈이다.

선거인단 숫자는 총 538명이다. 전체 상원의원 수 100명, 인구에 비례한 하원의원 수 435명, 특구인 워싱턴DC에 배정된 3까지 모두 합한 것이다. 메인·네브래스카주 2곳을 제외한 48주와 워싱턴DC는 득표율이 높은 후보가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싹쓸이해가는 ‘승자독식제’다.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되니 승리를 위한 ‘매직 넘버’는 270인셈이다. 11월 5일 개표 방송 내내 앵커와 기자들이 이 숫자를 언급하며 개표 결과를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 5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고, 노스다코타주 같이 인구가 적은 곳은 선거인단이 3명에 그친다. 이론상으로 인구가 많은 순서대로 10~12개주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을 270명 이상 확보할 수 있으니 나머지 주에서는 모두 패배해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이 제도가 ‘비(非)민주적’이란 비판도 간혹 있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269 대 269′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면? 대통령 선출권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과반에 도달할 때까지 투표를 이어가는데 미 역사상 이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지난달 15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코커스)이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미 중서부에 있는 아이오와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렸다. 코커스(Caucus·당원대회)는 아메리칸 원주민 알곤킨족(族)의 언어로, 원로나 추장회의 등을 뜻한다. 특정 정당에 등록된 사람들이 체육관이나 학교 등 주 전역에 마련된 여러 장소에 모여 토론을 하고, 이를 통해 지지할 후보를 선출한다. 비밀 투표가 익숙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정치 성향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게 미덕인 우리 입장에선 생소한 제도다. 그래서 매 대선 때마다 ‘대선 풍향계’라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에 전세계의 이목(耳目)이 집중된다. 코커스는 각 정당의 지역 지부에서 주관한다.

이와 대비되는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는 주 정부가 설치한 투표소에서 투표 결과를 집계한다. 형태에 따라 크게 개방형·폐쇄형·절충형으로 나누는데, 각 정당에 등록되지 않은 일반 유권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코커스와 가장 큰 차이다. 이 때문에 통상 코커스보다 중도층의 표심이 더 잘 반영된다고 여겨진다. 최근에는 각 주에서 코커스보다 프라이머리를 더 많이 실시하는 추세다.

◇ 민주는 블루, 공화는 레드… 경합이면 퍼플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대선 개표 방송을 보면 미국 지도를 띄워놓고 어느 당 후보가 우위에 있느냐에 따라 주마다 색을 칠한다. 미 정치에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생각은 파란색, 공화당을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위인 곳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공화당이 우위인 곳은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라 부른다.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로는 서부 해안가의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주, 북동부의 뉴욕·뉴저지·매사추세츠·코네티컷·메릴랜드·로드아일랜드주 등이 있다. 반면 텍사스·켄터키·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남부 지역의 주들은 전통적인 레드 스테이트로 간주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기독교 신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도 불린다.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 민주·공화 어느 한 곳의 뚜렷한 우위 없이 선거 때마다 구도와 이슈에 따라 판세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곳들인데 ‘퍼플 스테이트’라 부른다. 아래에서 설명할 경합주,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와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 스윙 스테이트 6~7곳, 여기가 승부처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 네베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한 버블티 가게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만나 웃고 있다. 네바다주는 11월 미국 대선의 경합주 중 하나다. /AFP 연합뉴스

미 대선 관련 뉴스를 읽다보면 경합주라는 말을 지겹게 들을 것이다. 그네(swing)와 같이 유권자 마음이 오락가락한다고 해 현지에선 ‘스윙 스테이트’라 부른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3% 포인트 이하였던 조지아·애리조나·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미시간주 7곳이 대표적이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6곳에서 바이든이 이겼는데 이게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주·공화 텃밭인 블루·레드 스테이트는 대부분 ‘대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승리자가 결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대선을 거듭할수록 경합주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은 경합주만을 따로 빼서 1개월 주기로 조사를 하고 있고, 각 후보가 경합주를 전담할 선거 캠프를 따로 구성할 정도다. 미 언론의 현장 취재도 대부분 경합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선거에 임박할수록 후보들이 경합주 유세에 집중을 하고, TV 광고를 비롯한 각종 예산과 자원을 집중 투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재선 캠페인 당시 선거 자금의 90%를 단 10개주에서 사용했다.

◇ 경선 승부는 ‘슈퍼 화요일’까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7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완주를 단언했지만 15개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서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낙마할 가능성이 크다. /AP 연합뉴스

하루에 경선이 15개주에서 치러진다고 해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이라 부른다. 올해는 3월 5일인데 민주·공화 모두 대의원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텍사스가 포함된 15개 주에서 경선을 실시한다. 공화당은 전체 대의원 2469명 중 865명(약 35%), 민주당은 전체 4000명 중 1667명(42%)이 이날 하루 걸려있다. 6월까지 각 주별로 경선이 이어지지만 대개는 이 시기에 경선의 윤곽이 드러나 1위를 하지 못한 후보들이 중도 낙마한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지만, 공화당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트럼프에 대한 대안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려면 늦어도 ‘슈퍼 화요일’까지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한다.

◇ 전당대회는 대관식… 민주는 시카고, 공화는 밀워키

2020년 8월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서로 잡은 손을 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2020년 전당대회는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행사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각 당별로 경선이 마무리되면 대의원들이 모여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갖는다. 일종의 ‘대관식’인데 여기서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도 발표한다. 또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이 담긴 정강도 나와 유권자들은 나흘 간의 전당대회를 통해 각 당이 대선에 임하는 자세와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즈음해 경선 때 지지하는 후보별로 뿔뿔이 흩어졌던 당원들의 마음이 선출된 대선 후보 한 사람으로 모인다. 이후 실시되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이걸 ‘컨벤션 효과’라 부른다.

전당대회는 대체로 야당이 먼저하고 여당이 나중에 개최하는 것이 관례다. 올해는 공화당이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이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전당대회는 참석 인원만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현대식 강당과 충분한 호텔 객실이 있고, 안전한 환경에 적절한 교통수단도 확보된 곳에서 열린다. 한번 열리면 지역 경제가 들썩이기 때문에 진보 성향인 밀워키의 정·재계 인사들도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를 환영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유행했던 4년 전 대선에선 각 당 전당대회의 상당 부분이 화상으로 대체됐는데, 올해는 양당 모두 분위기 띄우기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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