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11월 5일)에서 공화당 후보를 뽑는 주요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프라이머리(예비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압승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 네바다주 등에서 연승을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큰 격차로 승리하면서 사실상 대선 후보 자격을 확정지었다는 평가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트럼프간 전·현직 ‘리매치’(재대결) 성사가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 오후 11시40분(미국 시각) 기준으로 트럼프는 60.1%의 득표율을 얻어 헤일리(39.2%)를 20.9%포인트 앞서고 있다. 트럼프 승리로 당내에서 헤일리에 대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헤일리를 손쉽게 이겨 큰 타격을 입혔다”며 “헤일리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날 AP와 NYT 등은투표가 종료된지 2분만인 오후 7시2분쯤 출구조사 등을 바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만큼 트럼프와 헤일리의 득표율 격차가 컸다는 뜻이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이달 네바다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승리하면서 ‘5연승’을 달성했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공화당 후보가 경선 초반 5연승을 거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이자, 주지사와 하원의원 등을 지낸 곳이라서 헤일리에겐 큰 타격이다.
그러나 헤일리는 아직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헤일리 캠프는 이날 양당이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6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3월 5일 ‘수퍼 화요일’을 겨냥해 거액의 TV광고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헤일리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사실상 경선에서 자신이 승리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이제는 자신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총선 경선에 초점을 맞추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의 한 고문은 이날 밤 이후 미시간·애리조나·조지아 등 주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대응팀을 구성하는 등 사실상 본선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엔 대의원 50명이 할당돼 있다. 공화당 경선에선 주별로 차등 배정된 2429명의 대의원을 놓고 경합한다.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선 121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트럼프는 대의원 63명을 확보해 헤일리(17명)를 앞서 있다. 헤일리 측은 시간이 갈 수록 트럼프의 ‘법률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보수 중도층의 표심이 자신에게로 쏠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내달 수퍼 화요일 하루에 걸려 있는 대의원 숫자가 전체의 36%인 874명이다. 3월 12일 조지아 등 4개 주, 19일 애리조나 등 5개 주, 23일 루이지애나 경선까지 치르면 공화당 경선은 대의원 수 기준 약 70%를 마치게 된다. 트럼프는 수퍼 화요일 이전에 후보직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CPAC에서 “나는 ‘정치적 반체제 인사’”
앞서 트럼프는 이날 메릴랜드주(州) ‘게일로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최대 연례 행사 ‘보수정치행동회(CPAC·시팩)’ 마지막 날 연설자로 나서 “나는 오늘 여러분의 과거와 미래의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자랑스러운 정치적 반체제 인사(political dissident)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며 “나에게 투표하는 건 자유로 돌아가는 티켓이며 폭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권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에게 11월 5일은 새로운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를 장악한 거짓말쟁이, 사기꾼, 검열자, 사기꾼들에게는 심판의 날이 될 것”이라고 하자 군중들이 환호했다. NYT는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자신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총선 경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