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24일 승리가 확정된 직후 승리 연설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나설 공화당 후보를 뽑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프라이머리(예비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상대로 압승했다. 지난달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를 시작으로 뉴햄프셔, 네바다주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은 트럼프의 5연승이다.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 자격을 확정지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헤일리는 경선 레이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각 주마다 대부분 프라이머리 또는 코커스 방식 중 하나로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를 각각 선출한다.

24일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59.8%의 득표율(개표 99% 기준)을 얻어 헤일리(39.5%)를 20.3%포인트 앞섰다. 이날 AP·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투표 종료 2분 만에 출구조사 등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트럼프는 농촌 지역, 저소득층과 고졸 이하 학력, 복음주의 기독교 성향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는 개표 시작 5분 만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 본부에서 승리 연설을 갖고 “공화당이 이처럼 단결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11월 5일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며 “바이든의 눈을 바라보고 ‘당신은 해고다(you’re fired)’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헤일리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자신과 바이든 간의 대선 본선에 초점을 맞추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24일 미국 메릴랜드주 게일로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화당의 최대 연례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조기에 입맞추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달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각각 과반을 얻었고, 지난 8일 버진아일랜드 및 헤일리가 불참한 네바다 경선에서도 압승했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공화당 후보가 경선 초반 내리 다섯 번을 이긴 건 트럼프가 유일하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가 주지사와 하원의원 등을 지낸 ‘정치적 고향’이다. NYT는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헤일리를 손쉽게 이겨 큰 타격을 입혔다”며 “헤일리의 (경선) 생존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나 헤일리는 중도 하차 없이 레이스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헤일리는 이날 연설에서 “후보 한 명이 나서는 소비에트식 선거는 안 된다”며 “다수의 미국인이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이때 나는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헤일리 캠프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6주에서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3월 5일 ‘수퍼 화요일’을 겨냥해 거액의 TV 광고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헤일리 캠프 내부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기존 여론조사(30%)보다 높은 4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해 선방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헤일리 측은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며 보수와 중도층 표심이 자신에게로 쏠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주 ‘수퍼 화요일’에는 캘리포니아(대의원 169명)와 텍사스(대의원 161명) 등 공화당 전체 대의원(2429명)의 약 36%인 874명의 향방이 결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오는 11월 대선 공화당 후보직을 놓고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패배가 확정된 뒤 연설을 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