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큰손’인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일명 코크 네트워크)’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폴리티코가 25일 보도했다. AFP는 캔자스주에 위치한 다국적 복합 기업 ‘코크 인더스트리’를 소유한 억만장자 형제 찰스 코크(89)와 데이비드 코크(2019년 사망)가 2004년 세운 보수 정치 단체다.
헤일리는 24일 자신이 주지사를 지냈던 정치적 기반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음에도 완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AFP라는 거대 돈줄이 끊길 경우 향후 선거 운동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사실상 게임이 끝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에밀리 사이델 AFP 대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직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헤일리가 싸움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우리는 마음 깊이 그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그 어떤 외부 그룹이 와도 승리를 위한 길을 넓힐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4년 선거 전략을 검토해야 했고, 상·하원의 주요 선거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지지 의사는 변치 않지만 경선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 지출은 없다는 뜻이다. 폴리티코는 AFP의 이번 결정이 “아이오와 코커스부터 네 번 내리 지면서도 버텨왔던 헤일리에 가해진 일격”이라고 했다.
AFP는 거의 모든 주(州)에 활동 지부가 있어 가가호호(家家戶戶) 선거 운동원들을 보내고 TV 광고와 우편물 등을 발신하는 핵심 수퍼팩(Super PAC·자금 모금과 지출에 제한이 없는 민간 정치 조직)이다. 코크 형제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보수 정당의 선거 캠페인과 주요 의사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2019년 동생 데이비드 사망 당시 “선출직이 아니면서 미국 정치에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또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2016년 대선에선 1조원 안팎의 실탄을 갖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 저지를 시도했다.
지난해 11월 AFP는 트럼프가 아닌 헤일리를 경선 후보로 공식 지지했고 이는 헤일리가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큰손이 100일도 되지 않아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헤일리의 대선 캠페인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헤일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선 지속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수학의 문제”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헤일리의 대선 후보 지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25일 현재 트럼프는 110명, 헤일리는 20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상태다. 헤일리는 이른바 ‘수퍼 화요일’이라 불리는 다음 달 5일 경선이 치러지는 15주의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트럼프에게 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