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부호인 루스 고테스만(94) 여사가 자신이 과거 교수로 재직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의대생들이 학자금 빚에 시달리지 않도록 등록금 부담을 완전히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영국 가디언은 “고테스만 여사의 기부는 이 학교 학생들이 앞으로 낼 학비는 더 이상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NYT는 “미국 내 대학 기관에 집행된 가장 큰 자선 기부 중 하나이자 의대로만 놓고 보면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고테스만 여사는 이날 “새내기 의사들이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가 넘는 등록금으로 인한 학자금 빚 없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향후 의대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NYT는 “고테스만 여사의 기부는 그 규모도 믿기 어렵지만 뉴욕의 가장 가난한 자치구인 브롱크스 내 의료 기관에 이뤄진 것이라 더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브롱크스는 뉴욕시 자치구들 중 영유아 사망률이 가장 높다.
교육학을 전공한 고테스만 여사는 1968년부터 아인슈타인 의대의 교수로 일했고 현재도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발달장애와 관련된 인지·심리 교육 분야에 명망이 높다.
72년간의 결혼 생활 후 재작년 작고한 그녀의 배우자 데이비드 고테스만은 ‘퍼스트 맨해튼’이란 이름의 투자회사를 운영한 금융인 출신이다. 그는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후배로 일찌감치 이 회사에 투자해 큰 자산을 일궜다. 거액의 유산을 남긴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라’고 유언했고, 고테스만 여사는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라”는 자식들의 조언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전해졌다.
NYT는 고테스만 여사가 기부를 앞두고 ‘아무도 알 필요가 없다’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데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대학들이 큰 기부를 받으면 학교 이름 등에 기부자의 성(姓)을 붙여 예우하는 관례에 대해서도 “이미 아인슈타인이라는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훌륭한 이름이 있지 않으냐”며 거부했다고 한다. 1955년 개교한 이 사립대학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동의를 얻어 대학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