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26일 TV 토크쇼 진행자 세스 메이어스와 미국 뉴욕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바이든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대해 "주말까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 실시되는 미시건주 프라이머리(경선)을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다루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아랍계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바이든에 투표하지 말자는 불신임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이·팔 양측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을) 주말까지로 희망한다”고 했지만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이 미시건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일부 유권자의 ‘항의 투표’ 움직임이 승리의 빛을 바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항의 투표를 주도하고 있는 건 아랍계 미국인 그룹으로 3주 전부터 미시건대 등 주내 주요 장소에서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선에서 지지를 보내지 않겠다는 이른바 ‘부동표(Uncomitted)’ 운동도 이뤄지고 있는데 ‘1만표’ 같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되고 있다. 지난 1일 바이든이 미시건주를 방문해 한 식당에서 자동차 노동자들과 대화를 했을 때도 밖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중서부에 위치한 인구 1000만의 미시건주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50.6%)과 도널드 트럼프(47.8%) 전 대통령의 득표율 격차가 2.8% 포인트에 불과했던 경합주,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중 하나다. 특히 아랍계 인구 숫자가 약 21만명으로 전체의 2%가 넘는데 이는 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은 대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동 정책이나 가자 지구 사태를 대하는 방식에 항의해 11월 본선에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거나 트럼프에 투표할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중요한 경합주 하나를 잃을 수 있다. 20~24일 더힐과 에머슨대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42%)가 바이든(39%)을 앞섰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미시건주에서 아랍계 유권자들과 집중 회동을 가진 로 칸나 하원의원은 “우리는 현상 유지 정책으로 이 곳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 주도의 결의안에 기권을 하거나 이스라엘의 공습에 구두 경고 말고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지난주 미시건을 방문해 여러 그룹을 면담하고 민주당에 유리한 낙태 문제 등을 쟁점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NYT는 “바이든에 대한 반대 투표가 지금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