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매디슨 호텔'에서 공화당 경선(프라이머리)이 진행되고 있다. /X(옛 트위터)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워싱턴DC 프라이머리(Primary·예비 선거)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약 70만명인 이 지역구에 걸린 대의원 숫자는 19명에 불과하다. ‘세계 정치의 중심’이라 하는 수도에서 진행되는 대선 경선이지만 “잠이 오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는 평가 미국 언론에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다른 주에서 진행되는 경선과 달리 호텔 한 곳에서 투표와 유세가 진행되는 등 이채로운 부분들도 많고, 올해는 대선 후보 등극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상징성을 고려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워싱턴DC의 ‘DC’는 컬럼비아 특구(District of Columbia)를 의미한다. 제1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미 대륙을 발견했다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미국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행정구역으로 미국 정치에서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각 주마다 2명씩 배정된 상원의원이 없고, 하원에 대표자가 1명 있는데 그마저도 투표권이 없다. 그 대신 연방정부로부터 예산의 약 30%를 지원 받는다. 1980년대부터 미국의 51번째주로 승격하는 것이 워싱턴DC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적 이해가 엇갈려 그때마다 번번이 좌절됐다.

공화당의 워싱턴DC 경선은 백악관에서 3~4블럭 정도 떨어져있는 15번가의 ‘더 매디슨 호텔(The Madison Hotel)’ 단 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투표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투표 용지는 ‘객관식’인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 옆의 공란에 사인펜으로 색칠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6일까지 등록을 마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워싱턴DC에 등록된 공화당원 숫자는 약 2만3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는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92.15%의 득표율로 트럼프(5.4%)를 압도한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뮤리얼 바우저 시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그만큼 공화당 당세가 약할 수 밖에 없는 곳인데 올해는 니키 헤일리 후보가 호텔을 찾아 약 30분 연설을 통해 “누가 워싱턴DC에 공화당원들이 없다고 말했냐”며 투표를 독려했다. 미 언론들은 헤일리의 첫 경선 승리가 워싱턴DC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워싱턴DC 경선은 6월 4일로 예정돼 있다.

트럼프 캠프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워싱턴DC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배포한 홍보물. /X(옛 트위터)

8년 전 대선의 워싱턴DC 경선에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 이어 3위에 그쳤던 트럼프도 이번에는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머뭇거리지 말고 투표장에 나와서 투표하라”는 문자 메시지와 홍보 책자를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 측이 워싱턴DC의 공화당 출신 로비스트들을 향해 ‘투표하러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 재선시 백악관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 트럼프 선거 캠프와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일한 로비스트 브라이언 란지는 “트럼프 캠페인이 DC 선거를 매우 의식하고 있다”며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 최악”이라고 했다. 다만 K스트리트 등 워싱턴DC에서 근무하는 로비스트 상당수가 근교의 버지니아·메릴랜드주에 살면서 출·퇴근 하는 경우가 많기 문에 이같은 엄포가 공허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