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게이로드 오프리랜드 리조트 &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전미종교방송협회(NRB)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州) 대법원의 판결을 4일 만장일치로 뒤집었다.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유지하기로 한 이날 판결은 미 전역 16개 지역서 대선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이른바 ‘수퍼 화요일(5일)’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미 언론에선 “대법원이 트럼프의 대선 출마 걸림돌을 제거해 준 셈”이라며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를 위한 ‘날개’를 달게 됐다”고 했다.

앞서 작년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2021년 ‘1·6 미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과 불법적인 행동을 선동하고 장려했다”며 “이에 따라 트럼프는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수정헌법 조항은 ‘폭동이나 반란에 가담하거나 또는 그 적에게 원조를 제공한 자는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상소했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미국 헌법은 연방 공직자 및 후보자에 대한 자격 판단의 책임을 주정부가 아닌 연방의회에 부여하고 있다”며 “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직자 자격을 박탈하려면 그 기준과 방식에 대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연방 공직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건 주정부나 주법원이 아니라 연방 의회의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성향 시민 단체들이 각 주에서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며 낸 소송들은 종결된다. 콜로라도와 함께 메인주와 일리노이주에서도 트럼프에 공직선거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날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됐다.

연방대법원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총 9명 중 6명인 보수 우위 구도이지만, 이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도 트럼프 손을 들어줬다. 다만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면 ‘연방의회가 제정한 법’이 필요하다고 못 박은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세 명의 대법관은 별도 의견을 내고 “의회 입법 외에 (출마 자격 박탈을 위한) 다른 집행 수단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트럼프의 ‘출마 자격’ 시비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공직자 출마 자격 제한 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이날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큰 승리”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대법원) 결정이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통합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법원이 대선에서 이처럼 핵심적 역할을 했던 적은 2000년 이후 없었다”고 보도했다. 2000년 대선 때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한 달 넘게 재검표 공방을 벌였다. 결국 대법원 소송까지 간 끝에 대법원이 부시의 손을 들어줘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잡지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나는 대선에서 트럼프를 이긴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를 또 이길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내가 이기면 결과가 어떻든 그(트럼프)는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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