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공화당 대선 후보. /AFP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6일 공식 사퇴를 발표했다. 5일 15개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 ‘수퍼 화요일’ 이후 하루 만이다. 헤일리는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우리 당을 지지 하지 않은 중도 유권자들도 껴안는 일은 그에게 달렸다”며 “개인으로 돌아가지만 이 나라에 중요한 가치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돼 11월 본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4년 만의 ‘리턴 매치’가 펼쳐지게 됐다.

헤일리는 전날 치러진 경선에서 버몬트주 1곳을 제외하고 트럼프에 모두 패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연설에서 “지난 시간 이 위대한 나라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 캠페인을 멈출 시간이 됐다” “미국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후회는 없다”며 중도 하차를 밝혔다. 헤일리는 지난해 10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서 선전하며 보수 진영에서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첫 경선인 1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워싱턴DC 프라이머리를 제외하면 연전연패했고, 본인이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패배 이후에는 ‘코흐 네트워크’ 같은 고액 기부자들도 그에 대한 후원을 거둬들이면서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헤일리는 연설에서 자신과 경쟁한 트럼프를 향해 “7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다만 “나는 공화당원으로 항상 공화당 대선 후보를 축하했고, 미국은 차이가 갈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나라이기 때문에 누가되더라도 대통령의 안녕을 비는 것”이라고 말해 묘한 뒤끝을 남겼다. 또 마가렛 대처(1925~2013) 전 영국 총리의 ‘항상 군중을 따라가지 말고 너 스스로가 생각하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이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영합해온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헤일리는 이날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갈수록 최악이 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미국 우방인 대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1972년생으로 아직 50대 초반에 불과하고, 이번 대선 캠페인을 통해 중도 확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향후 어떤 형태로든 중앙 정치 무대에 복귀해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도 이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7선 상원의원으로 2007년부터 ‘최장수 상원 원내 사령탑’ 기록을 세우고 있는 매코널은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 트럼프와 갈라섰다. 폴리티코는 “두 사람이 지난 3년 동안 한 마디도 안했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트럼프 측근들이 공화당 주류의 상징과도 같은 매코널의 지지 선언을 받기 위해 여러 경로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매코널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필요한 지지를 얻었음이 자명해졌다”며 “내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