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는 데 대해 일본 정부 측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블루 칼라’ 표심(票心) 이반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FT는 “사실상 ‘인수 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바이든의 우려 표명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대통령실 제공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149억달러(약 19조6000억원)에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앞서 US스틸 인수를 추진했던 미 철강 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제시한 72억달러의 2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 직후 미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구하고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반대 의견’이 나왔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람 임마누엘 주일 미국 대사는 이 협상에 대해 “역사적”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국내 노동계와 정치권의 잇따른 반발에 백악관은 임마누엘 대사에 ‘SOS’를 쳤고, 임마누엘 대사는 일본과 백악관 양측에서 어려운 입장에 처해왔다고 FT는 전했다.

백악관은 이번 인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내부적으로 고민해왔다고 F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경시했던 트럼프와 달리 집권 초부터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외치면서 한·일 등 인태 지역의 주요 동맹국들과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해왔다.

올 해 초 백악관은 일본제철 인수 계획 발표에 “국가안보에 중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US스틸의 핵심적 역할을 감안할 때 거래에 대한 신중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대선이 다가오자 이를 넘어 부정적인 의견을 공식 표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안타깝게도 선거가 있는 해에는 (동맹 관계보다는) 정치가 승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관리들과 변호사들이 백악관 대통령 성명 초안을 작성했으며 백악관은 이를 이미 일본 정부에 비공개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US스틸의 주가는 15% 하락했다.

FT는 대통령의 심각한 우려라는 표현은 이번 거래에 대한 분명한 반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을 외국 회사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워싱턴에서 초당파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관련 논쟁의 정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피츠버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미철강노조는 이번 거래에 강력 반대해왔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니아는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11월 재대결에서 가장 주요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펜실베니아주에서 노동조합의 표심을 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이미 이 거래에 제안에 대해 “끔찍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