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13일 미국 정부에 북한 주민의 강제노동으로 만든 중국산 해산물 수입을 막아달라고 미국 행정부에 요청했다. CECC는 중국의 인권과 법치 문제를 감시하기 위해 2021년 출범한 초당적 기구다. 연례 보고서 발간과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의 한 오징어잡이 배가 울릉도 인근 우리 해역에 닻을 내리고 있는 모습. /아웃로오션프로젝트

중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알레한드르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런 요청을 했다고 CECC는 밝혔다. 공개한 서한에서 이들은 수입 금지와 함께 유엔 안보리 등에서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 문제를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이날 공개한 서한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의 해산물 가공 공장에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로 노동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급했다. 앞서 워싱턴 DC의 탐사 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내 수산물 가공 중심지인 랴오닝성 둥강시와 단둥시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최소 3개의 중국 수산물 가공 회사가 2017 년부터 미국으로 유통한 수산물은 1000t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어 추가 조사 및 취재 결과를 지난 25일 미국 잡지 ‘뉴요커’를 통해 공개했다. 당사자 인터뷰와 현지 방문 등을 통한 추가 조사 결과를 담은 이번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내 수산물 가공 공장은 15곳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고용한 북한 출신 근로자는 100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한 강제 노동이 동원된 이들 공장 중 10곳이 수산물을 공급한 미국의 수입업체는 2017년 이후에만 70여 곳에 달한다고 이들은 보도했다. 총 12만t 이상의 수산물이 미국 최대의 수산물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트라이던트 시푸드’(Trident Seafoods) 등 미국 업체들에 납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들이 수입한 중국산 수산물은 대형 식료품점인 ‘월마트’와 ‘자이언트’,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 등 주요 레스토랑 체인, 그리고 미군 기지와 공립학교 식당에 식품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식품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 등에도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도 이후 시스코와 트라이던트 시푸드는 북한 강제 노동 동원 의혹을 받는 중국 수산물 가공 공장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북한 노동자가 번 외화가 김정은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의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법도 북한의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 해산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을 고려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북한의 노동력으로 더럽혀진 제품에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의원들은 “기사에 언급된 중국 회사들의 해산물이 미국으로 수입됐다는 방대한 기록이 있다”며 “미국 소비자와 미국 정부 모두 강제노동을 지원하고 김정은 독재 정권에 자금을 대는 데 무심코 연루되고 있다”고 했다 의원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중국 기업이 만든 제품의 수입을 즉각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중국을 방문해 북한 노동자에게 망명을 신청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같은 유사입장국과 함께 중국의 해산물 공급망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